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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달러 들였는데 … 95만 달러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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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캘커베키아(右)가 라슨을 힘껏 껴안고 있다. [팜하버 AP=연합뉴스]

그들은 즐거운 중년이다.

PGA 투어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었지만 오랜 친구와 인생 2라운드를 함께하고 있어 서럽지 않았다. 마크 캘커베키아(46.미국)와 그의 캐디 에릭 라슨(45) 얘기다.

캘커베키아가 1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이니스브룩 골프장(파 71)에서 벌어진 PGA 투어 PODS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캘커베키아는 최종 라운드 1언더파 70타, 합계 10언더파로 히스 슬로컴(미국.9언더파)을 한 타 차로 제쳤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라슨은 "나를 믿어줘 고맙다"며 캘커베키아를 안고 울었다.

라슨은 캘커베키아의 전성기를 함께한 캐디였다. 그러나 1995년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돼 감옥에 갔다. 라슨은 감옥에서 죄를 뉘우쳤으며 켈커베키아는 면회를 간 자리에서 석방되면 함께 일하자고 했다. 라슨이 13년형을 받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작았다.

그러나 캘커베키아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6월, 라슨이 가석방으로 11년 만에 출소하자 다시 캐디로 채용한 것이다. 캘커베키아는 지는 해였다. PGA투어 통산 12승을 거둔 실력파였지만 나이가 들어 성적이 대단치는 않았다. "그래도 오랜 친구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좋았다"고 캘커베키아는 말했다.

그러나 다시 호흡을 맞춘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승을 합작했다. 95년 벨사우스 클래식 이후 12년 만의 합작 우승이었다. 라슨은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의리의 사나이들'을 행운이 도왔다. 캘커베키아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36개의 퍼트를 하면서 4오버파 75타를 치고 나서 짐을 쌌다. 컷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2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교통체증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시험 삼아 2라운드에서 바꾼 퍼터가 마술을 부렸다. 퍼트 수가 23개로 줄었다. 굴리면 들어갔다. 2라운드에서 67타를 쳐 컷을 통과했고 3라운드에서는 코스레코드 타이인 62타를 쳐 선두로 나섰다.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는 경쟁자인 슬로컴이 1.2m의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할 수 있었다. 캘커베키아는 "나는 나이가 들어서 손이 떨릴지 모르지만 젊은 친구가 짧은 퍼트를 놓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캘커베키아는 새 퍼터를 256달러에 샀고, 우승 상금은 95만4000달러(약 9억원)였다.

한편 선두에 1타 차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1오버파를 쳐 합계 7언더파 공동 6위로 밀렸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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