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성경(마태복음)의 말씀입니다.
우연히 한 수녀님(66)을 알았습니다.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에 가서 학교를 세우고 15년간 살았던 분입니다. 거긴 위험천만입니다. 교육은 고사하고, 부모가 돈을 받고 딸 아이를 팔기도 하는 곳이죠. 시설이나 환경도 전쟁을 막 치른 '1950년대 한국 사회'수준이라네요. 7년 전에 귀국한 수녀님이 최근 다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학교의 이사장으로 간다네요. 이번에는 또 얼마나 머물지 모릅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대답은 '노(NO)'였죠. "그리 드러낼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란 이유였습니다. 당혹감과 따스함, 둘이 동시에 밀려오더군요. '요즘 세상에 이런 마음도 있구나.'
한 일화가 떠올랐죠. 중국으로 건너간 달마대사가 양나라 무제를 만났습니다. 나라 안에 엄청난 수의 사찰을 세웠던 무제가 물었죠. "나의 공덕이 얼마나 되오?" 달마대사의 답은 짧았죠. "무공덕(無功德)입니다."
성경의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표면적인 해석이야 쉽죠. '좋은 일은 남 몰래 하라.'
그러나 예수님 말씀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의미도 더 깊고, 울림도 더 크죠. 바로 좋은 일을 할 때는 '남 몰래'가 아니라 '나 몰래'하라는 뜻입니다. 핵심은 '내 마음에 남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요. 선행을 하고도 할 일을 했다는 마음이 남는다면 '오른손'을 '왼손'이 아는 거죠.
수녀님은 묵묵하게 비행기에 올랐지 싶습니다. 그래서 당혹스런 인터뷰 사절이 한편으론 아쉽고, 또 한편으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