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갔을까 그 목소리…(촛불)

중앙일보

입력 199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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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안녕하십니까. 「TBS와 함께」의 김은정입니다.』
『론도 베네치아』의 경쾌한 시그널음악과 함께 매일 오전 6시5분이면 어김없이 95.1메가㎐의 주파수를 타고 흘러나오던 친근한 목소리.
교통방송(TBS) 중견여자 아나운서 김은정씨(35)가 집을 나간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끊겨 가족·동료와 김씨의 목소리에 익은 애청자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새벽 5시부터 있는 추석특별생방송 때문에 일찍 쉬어야 겠어요.』
김씨가 실종된 것은 추석전날인 지난달 21일 오후 9시쯤 독신으로 살고있는 서울 창천동 집을 나서 50여m쯤 떨어진 고모집에 들러 저녁식사를 마친뒤 다음날 방송을 준비해야 한다며 나간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6월 개국이래 단 한차례의 펑크도 낸 적이 없는 김씨였지만 방송국과도 연락이 끊겼다.
여자의 일시적 방황쯤으로 여기던 가족들도 실종 3일째가 되자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김씨의 언니(37)는 매일 오전 7시쯤 동생의 방송국으로 「출근」,마음을 졸이며 주인없는 동생의 책상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이 확인하지만 단서가 될만한 것조차 건지지 못한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일과가 돼버렸다.
경찰도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비밀수사를 벌이며 남자관계 등을 추적했으나 모두 허탕이었다. 수사실적이라면 김씨가 평상복차림에 월급으로 받은 현금 1백만원을 갖고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돌발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정도 뿐이었다.
경북 영주출신인 김씨는 78년 이대신방과를 졸업,그해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며 79년 결혼했으나 두달만에 이혼하는 쓰라림을 맛본뒤 방송일에만 전념해 왔다.
『최고참 여자아나운서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방송과 재혼한 열성적인 방송인이었습니다.』
서상호 편성국장은 혹시라도 불행한 사고를 걱정하며 김씨언니와 걸려오는 전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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