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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위에 앉다

중앙일보

입력

왠지 끌리는 카페나 레스토랑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차 한잔, 샌드위치 한조각을 즐겨도 느낌표가 있다. 마른꽃 걸린 창가, 빨간 양초가 놓인 테이블, 감미로운 선율…분위기가 남다른 까닭이다. 혹 당신이 앉았던 의자를 기억하는가? 과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의자는 생활용품이 아닌 작품이다. 이곳에 몸을 맡기는 동안 당신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의자에 혼불을 피워낸 유명 디자이너들과 그의 작품이 녹아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 기능을 넘지 않는 디자인 - 장 프루베의 '스쿨 체어'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1926년 당시 자동차 구조에 사용된 몰딩과 철제를 빌딩건축에 응용, 모던건축에 크게 공헌했다. 1954년까지 이러한 기법으로 다양한 모델의 의자를 만들었다. 불필요한 멋을 자제, 극도로 단순하면서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외식이 잦은 사람은 집에서 만든 담백한 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장 프루베의 가구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윤기 자르르한 가정식 밥에 비유된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라기보다 장인이라 여겼으며, 장식이나 디자인이 기능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그의 가구들은 시대를 초월해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보여준다. 첫인상은 소박하지만 쌀밥처럼 질리지 않는 산뜻한 매력이 느껴진다." (국제갤러리 이사빈)

▶ 써미앤투스 투고 카페

장 프루베의 스쿨 체어를 만날 수 있는 곳. 추천음료는 비타민 등 영양분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은 메밀차나 7가지 곡물에 두유로 맛을 낸 미숫가루. 단호박에 두유와 꿀을 넣은 단호박 스무디도 식사대용으로 그만이고, 코코넛 밀크와 열대 과일이 들어간 요구르트 음료 파인 라씨는 소화를 돕는다. 6000~8000원. 토스트나 스콘이 아메리카노와 세트를 이룬 모닝 세트는 5000원. 영업시간 오전7시~밤11시(공휴일은 오전10시~밤10시). 문의 02-720-5001

# 우아한 곡선의 미학 - 얀 야콥슨의 '스완·에스'

학창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1925년 파리 국제장식미술박람회에 의자를 출품, 은상을 수상했다. 그 후 자연.일상의 심벌을 형상화한 의자들을 디자인했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개미(Ant)·세븐(Seven)·스완(Swan)·에그(Egg)가 대표적이다. 간결하고 우아하며 기능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10여년 전, 어느 건물 로비에서 우아한 곡선이 주는 매력에 눈부셨던 적이 있다. 광채를 뿜어낸 것은 다름 아닌 에그 체어. 그날 이후 디자이너 얀 야콥슨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건축·가구·조명기구·수전·주방용품·커틀러리 등 그가 만든 제품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섬세한 취향을 지닌 '멋쟁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가구숍 인엔 대표 이지영)

▶ 더 리츠 바

덴마크의 대표 디자이너 얀 야콥슨의 스완과 에그 체어에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와인을 포함, 엄선된 세계 최고의 주류와 일류 조리장의 기교가 묻어나는 최고급 스낵들, 그리고 숙련된 바텐더가 선보이는 화려한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매일 밤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는 우아함과 품격을 더한다. 과일과 모둠 치즈는 스테디셀러 메뉴, 현재는 생크림 얹은 딸기 안주가 인기다. 가격은 6만~10만 원대. 영업시간 저녁6시~새벽2시30분(연중무휴). 문의 02-3451-8277

# 대중을 위한 편안한 제안 - 필립 스탁의 '루이 고스트·에로스'

프랑스 '뉴 웨이브'장르의 건축가 겸 실내 디자이너. 22세때 하이테크와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향을 나타내는 나이트 클럽 두 곳을 디자인했다. 82년에는 엘리제 궁의 대통령 사저를 완전히 바꿔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며, 84년에는 파리에 있는 카페 코스트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건축·공학·패션을 접목시킨 세계적 디자이너.

"디자이너 체어라면 흔히 고가의 감상용 제품으로 박물관이나 호텔.고급 레스토랑에서 엄숙한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 하지만 필립 스탁의 디자인에서는 클래식과 유머를 기본으로 한 대중성이 느껴진다. 보다 실용적인 가격에 우수한 디자인을 공급한다는 자칭 '디자인 민주주의자'라고나 할까. 뉴욕의 로열톤과 허드슨 부티크 호텔은 또 어떤가. 카페를 방불케 하는 체크인 공간, 현실과 비현실의 환상적인 조화가 이루어진 인테리어는 신선한 충격이다." (Paper Stationery 바이어 김태희)

▶ 카페 까사

필립 스탁의 루이 고스트와 에로스 스위벨을 골라 앉을 수 있을 뿐더러 다양한 카르텔 제품을 덤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유기농 야채와 과일만을 사용하고 케이크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매일 직접 만든다. 3월 중순쯤 논현동에 2호점 오픈 예정. 독일산 달마이어 원두 커피 4000~5000원, 생과일 주스 5000~6000원, 샌드위치.케이크.아이스크림 3000~5000원. 영업시간 오전8시~밤10시. 문의 02-3785-1700

# 차가운 금속에 덧댄 여유 - 론 아라드의 '톰 박'

색다른 소재를 적극 활용해 초현실적인 가구를 고안해 내는 이스라엘 디자이너. 자동차 가죽시트나 자전거 안장을 재사용하거나 부서진 콘크리트, 뒤틀린 철근 등을 적용해 탈산업주의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의 가구공방이자 전시장인 원오프 사무실 내부는 철제가구로 뒤덮여 있다. 80년대 영국의 후기 펑크 디자인을 이해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론 아라드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금속과 플라스틱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기발한 형태를 만들어내면서도 여백의 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런 특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 바로 톰 박 의자다. 다른 작품에 비해 간결하고 명쾌하지만 역동적인 곡선의 형태와 함께 충분한 여유 공간을 주어 앉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사람을 미려하게 받쳐주면서도 부피가 작고 가벼워 포개 놓을 수 있어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로렌스 제프리스 고원석 실장

▶ 카페 807

론 아라드의 톰박 체어로만 가득 메워져 있는 공간이다. 삼청동의 커피 전문점 '0101'카페의 비법을 전수받아 이곳 역시 직접 로스팅한 커피가 일품이다. 모든 커피는 핸드 드립 방식으로 내리며,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넣은 콘파나가 인기 품목이다. 커피는 7000~9000원,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포함한 가벼운 식사는 1만3000원. 영업시간 낮12시~밤12시(월요일 휴무). 문의 02-3482-0890

# 유괘·발랄한 일탈 - 엔리코 발레리의 '타토'

이탈리아의 엔리코 발레리는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을 궁극적인 비전으로 삼는다. 외형이나 기능보다는 소비자의 욕구와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 즉 사용자 중심의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유니버설 디자인을 말한다. 절제된 구조와 구성 요소의 최소화, 재료의 단일성과 패키지의 소형화 등이 특징.

"그의 타토 시리즈는 발걸이 혹은 스툴로 쓰이지만 용도를 딱히 단정짓지 않아도 될 만큼 활용도가 매우 높다. 신축성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특성을 살려 유연한 곡선을 지닌 편한 가구다. 공이나 땅콩 등의 친근한 디자인에 레드·오렌지·바이올렛 등 원색 컬러가 생동감을 더해 모노톤의 밋밋한 거실이 스타일리시하고 재미난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주변의 전체적인 컬러를 고려해 디자인 체어로 믹스매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보경)

▶ 우 바

엔리코 발레리의 타토 시리즈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프리미엄 보드카를 이용한 다양한 향과 맛의 마티니가 준비돼 있다. 특히 25ml 테스트 시험관 튜브에 4가지 음료를 넣어 만든 스트레이트 샷은 마시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우 바의 요리는 맛이 뛰어나고 부담스럽지 않아 미각을 한층 돋운다. 영업시간 오전 10시~마지막 고객이 나갈 때까지(연중무휴). 문의 02-2022-0333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hyeyeong@joongang.co.kr

사진 제공=가구숍인엔, 국제갤러리, (주)로렌즈 제프리스, 웰즈, 제인인터내셔날, W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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