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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12·19 대선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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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발표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51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3월 5일자)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공안부장 등 대선과 관련된 주요 보직에 공안부를 거친 간부들이 전면 배치됐다. 특수부를 거친 간부들도 대거 발탁됐다.

◆대검 차장, '대선 관리형'기용=정상명 검찰총장은 사시 동기인 임승관 대검차장이 올해 초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 차장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검찰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 총장이 11월 23일 임기(2년)를 마칠 경우 후임 총장이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검 차장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에 정 총장은 2004년 대구고검장으로 있을 때 대구지검장으로 근무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정동기 법무부 차관을 대검 차장에 기용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차장은 대구지검장 시절 검찰 내에서 최초로 경영혁신 기법인 '6시그마'운동을 도입한 '관리통'으로 불린다.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내는 등 보호관찰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공안 인맥의 약진=안영욱 부산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안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검찰 내에서는 론스타와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박 중수부장을 강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전망하는 간부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 대선에선 각종 정치적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대선 때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 등이 구속되면서 정권에 큰 부담이 된 바 있다. 결국 안 지검장이 정치적 복선이 깔린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할 적임자로 막판에 급부상했다고 한다. 대검 공안2, 3과장과 공안기획관을 거친 안 지검장은 1995년 대검의 선거상황실을 진두지휘했다. 또 부산지검 울산지청 선거사범전담반장으로 있던 92년에는 현대그룹 계열사 사전선거운동을 수사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에 임명된 이귀남 대검 공안부장은 공안 경력 외에도 대검 중수부 3과장과 서울지검 특수3부장을 거친 '특수통'이기도 하다. 이준보 신임 공안부장도 대검 공안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특수.공안부의 요직을 거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서울지검 공안 1, 2부장을 지낸 박철준 서울고검 형사부장과 지난해 '일심회'간첩단 수사를 지휘한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검사장급 승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서울지검 2차장 출신의 황교안 성남지청장은 고배를 마셨다.

◆지역 안배 고려=서울중앙지검장은 2004년 이후 부산고 출신 3명(이종백-임채진-안영욱)이 잇따라 맡게 됐다. '검찰 빅(big)4'로 불리는 요직 중 안 지검장을 제외하고 법무부 검찰국장(문성우).대검 중수부장.대검 공안부장 등 나머지 세 자리는 호남 출신을 기용, 지역적으로 요직을 안배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법시험 25회가 처음으로 검사장급 간부 자리에 배치되는 등 사법시험 23~25회 16명이 대거 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부산.대구지검 1차장과 대전.광주지검 차장 등 5개 보직과 서울고검의 부장검사 세 자리 등 8개 보직이 검사장급으로 승격했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16명 중에는 특수부 출신들이 대거 포함됐다. 민유태 대구지검 1차장은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길태기 광주고검 차장도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조세 및 탈세 수사를 많이 한 특수통이다. 박태규 춘천지검장은 부산지검 특수부장 시절 '다대.만덕지구 특혜 의혹 사건'을 지휘했다.

정철근.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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