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이야" 일본 정부 곤혹

중앙일보

입력 2005.03.17 21:03

업데이트 2005.03.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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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대일 신독트린" 발표 및 기자회견장에 NHK-TV 등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17일 한국 정부의 '대일 신독트린'을 접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 식민지 침탈과 궤를 같이하는 사안"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조례안이 통과된 16일과 마찬가지로 "서로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이날 저녁 "감정적인 대립을 극복해 미래지향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반복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도 이날 밤 발표한 담화에서 "과거사를 둘러싼 한국민의 심정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인다"며 "(독도 문제는) 양국 관계 전체를 고려해 대국적 관점에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독도 문제로 한국과 북한이 공동 보조를 취하고 나설 경우 북핵 문제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미국.일본의 '3각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일각에선 "진작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조례제정 움직임을 막을 궁리를 했어야 했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실효성 면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조례를 시마네 현민의 감정만으로 결정하도록 놔둔 것은 안이한 생각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후회와는 별도로 현재 분위기는 "한국의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시마네현 조례안은 일 정부가 미국과 더할 나위 없는 밀월관계를 맺고 있지만 일본인의 식품안전과 관련된 수입 쇠고기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원로 정치인은 "예전 같으면 이럴 때 서로를 잘 이해하는 정치인들이 물밑에서 타협점을 찾을 텐데 이제는 그런 '끈'도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에서는 이날 한국 정부가 "정치.경제교류는 계속한다"고 밝힌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양국의 우호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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