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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사관생도, 미래엔 CIA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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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한인 고교생이 웨스트포인트에 학교장 지명 방식으로 합격했다. 주인공은 밀브레이 밀스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문상원(미국명 크리스 문.17.사진)군. 문군은 지난해 말 12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우등 합격자로 뽑혀 최근 추천서를 써 준 톰 랜더스 하원의원으로부터 합격 축하편지를 받았다. 웨스트포인트는 성적뿐 아니라 리더십과 추천서 등을 철저히 심사해 입학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문군은 3년 전부터 웨스트포인트 진학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보다는 사람들과 교제하고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치밀하게 작전을 세우고 전략을 짜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되는 것이 장래의 나의 꿈"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키 185㎝에 건장한 체격의 문군은 고교 총학생회장과 교내 한국문화클럽(KCC) 회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교내.외 활동을 벌였고, 방과 후에는 1시간씩 보충수업을 맡아 동료 교우들을 돕기도 했다. 그는 "이민 초기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영어도 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받았다"며 "그러나 친구들과 농구를 하면서 영어가 늘었고 학업 성적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군은 "입학 절차 중 하나인 장성과의 인터뷰에서 3명의 장군으로부터 '나의 인생'이란 주제의 질문을 받았다"며 "이민을 왔지만 한국계 미국인으로써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문군의 경우 통상 15분가량인 인터뷰가 50분이나 걸렸고 인터뷰를 마친 뒤 장성들로부터 박수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학과 군사학을 전공할 생각"이라며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일단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 서 근무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군은 치과기공업을 하는 문연희씨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다.

◆웨스트 포인트 입학 절차=17세부터 23세 사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건장한 청년 가운데 선발한다. 학교 측은 고교 성적과 에세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성적을 요구한다. 여기에 까다로운 신체 검사와 체력 검정까지 통과해야 한다.

특이한 것은 부통령이나 연방 상, 하원 의원이나 부통령의 추천 제도다. 지역 출신 의원들이 지원자의 후견인이 되는 것이다. 의원들은 자신이 추천했던 재학생이 졸업하거나 다른 이유로 결원이 생길 경우 추천 자격이 생긴다. 보통 10명가량을 추천한다. 의원들은 성적뿐 아니라 봉사활동, 리더십 등을 다면 평가해 학생을 추천한다.

최지영 기자

샌프란시스코 지사=송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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