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이쑤시개

중앙일보

입력 2007.02.01 20:12

업데이트 2007.02.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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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진국
김진국 기자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부처님이 어느 날 제자들의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는 불평을 들었다. 양치질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니 고행하던 수행자의 입냄새가 오죽 고약했겠는가. 수도하는 마음마저 어지럽혔을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부처님은 '버드나무 가지(楊枝)'로 이를 닦으라고 가르쳤다. '비니모경(毘尼母經)'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이쑤시개의 유래다. 이쑤시개는 승려가 몸에 지녀야 할 첫 번째 물건으로 기록돼 있다. 심신을 정결히 할 때 가장 먼저 입부터 깨끗이 하라는 가르침이다.

과학자들은 이쑤시개의 역사를 더 옛날로 올린다. 10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에서 이쑤시개를 사용한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인류 최초의 발명품이었던 셈이다. 우리 민족도 불교와 함께 이쑤시개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양지'가 나온다. 15세기에는 물로 입을 헹구는 걸 '양지질'이라고 하면서 버드나무라는 뜻이 사라졌고, 17세기에는 '치(齒)'자를 연상해 '양치(養齒)질'로 바꿔버렸다. (홍윤표, '우리말 어원 이야기')

일본에서는 아직도 '요지(楊枝)'라는 옛말이 이쑤시개라는 원래 뜻대로 쓰인다. 화과자를 먹는 이쑤시개는 모양은 비슷해도 '구로모지(黑文字)'라 하여 각진 걸 쓴다. 이쑤시개가 칫솔로 발전한 건 중국 명(明)대. 1498년 효종이 동물 뼈에 돼지털을 붙여 사용한 기록이 있다. 훗날 화학섬유가 발달하고, 2차대전 때 미군이 칫솔질을 의무화하면서 칫솔은 민간으로 널리 퍼져 이쑤시개를 대체하게 됐다.

이 이쑤시개가 미국 의원들의 청렴을 가리는 기준이 됐다. 새로 만든 하원 윤리법은 로비스트로부터 접대 받을 수 있는 음식을 이쑤시개로 찍어먹을 수 있는 정도로 제한했다. 생굴은 되고 굴 파스타는 안 된다는 식이다. 미국에서도 로비스트는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와 점점 규제가 강화돼 왔다.

한국에서는 로비스트에 대한 거부감이 더 심하다. 등록한 로비스트의 일정 범위 공개적 로비만 허용하자는 로비법안이 몇 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로비'하면 불법 정치자금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현금 상자를 '떡값'이라고 부르는 판이라 이쑤시개 법안이 통할까 의심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어두운 밀실에서 햇빛 아래로 드러내는 것이다. 입법 과정에 이익단체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공개된 의견 소통 통로를 막으면 뒷거래가 생긴다. 이쑤시개로 스테이크를 찍을까봐 그것마저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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