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중심의 협상정국 기대/ANC 의장 선출과 남아공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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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대회 승리로 「운신의 폭」 넓혀/94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에 큰 기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흑인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전국대회는 5일 30년만에 첫 경선을 통해 부의장 넬슨 만델라(73)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선언한 남아공 백인정부를 상대로 ANC의 신헌법협상이 예상되고 만델라의 대통령출마가 확실해져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드클레르크정부의 사면으로 종신형에서 석방된 만델라는 같은해 8월 아파르트헤이트법의 철폐를 약속받고 대 정부 폭력투쟁을 중단하는등 대 정부개혁협상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드클레르크정부가 개혁을 교묘하게 통제,인종차별철폐에 압력수단이 되어왔던 해외각국의 금수조치를 풀어가면서 안으로는 흑인집단간의 폭력충돌을 유도,ANC의 지지층을 잠식해오자 폭력투쟁을 요구하는 소장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파르트헤이트법이 지난달 약속대로 철폐되어 해외의 큰 호응을 받았지만 현실적인 흑인의 인권은 담보상태인데다 ANC가 주장하는 1천여명의 정치범이 여전히 석방되지 않았다. 또 ANC의 정치협상주도에 반발한 또다른 흑인단체 인카타자유당의 ANC 지지층에 대한 폭력을 비호하는 경찰행동이 곳곳에서 목격되는등 만델라의 대 정부협상의 실익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드클레르크 대통령이 공공연히 인카타자유당과 선거에서 연대,ANC를 따돌리겠다고 호언하는 가운데 ANC와 연대,발언권을 가진 공산당(ACP) 지도자등은 『동구의 변화에서 보듯 개혁은 협상이 아니라 시민봉기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지난 2일 ANC출범 30년만에 열린 전국대회는 개막초까지도 흑인들에게 준 실망감의 부담때문에 더없이 침울했으며 집행부 대부분이 소장파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흑인인권운동의 카리스마로 만델라의 의장피선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월터 시술루(79)의 부의장 피선도 의문시되었고 사무총장·재무위원장 등 핵심직은 모두 직업동맹연합·공산당출신의 협상반대파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5일 투표결과 시술루가 협상반대파인 스탈린주의자 해리 괄라를 1천5백67대 4백12의 표차로 누르고 부의장에 당선되고 강경파이지만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광산노조출신의 시릴 라마포사(39),만델라의 충복 토머스 엔코비(69)가 각각 사무총장·재무위원장에 피선됐다.
이에 자신을 얻은 만델라는 강경파에 몰려 5월 중단을 선언했던 대 정부협상재개와 인카타자유당과의 대화의사를 피력했다.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한 금수의 고통때문에 만델라에게 지지를 보내던 백인 실업가·유색인들은 최근까지 토지국유화조치등 ANC의 모호한 사회주의 색채를 우려,지지를 주저하고 있다.
흑인들간의 폭력충돌을 야기하면서 1백만 당원을 확보한 인카타자유당도 장래의 정권에서 일정지분을 약속받을 때까지 드클레르크의 백인정부와의 음성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등을 방문,금수조치 계속을 촉구하다 냉대를 받은 만델라는 차기정권의 예정자로서 6월 아프리카단결기구(OAU)에서 금수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등 흔들리는 ANC의 입지만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부인 위니 만델라가 흑인소년 납치 및 폭행방조혐의로 1심에서 6년 징역을 선고받은 것도 개인적으로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ANC 당원 1백만명 확보운동도 절반수준에 그친 가운데 카리스마의 힘으로 새로 ANC 의장에 선출되어 94년께로 예상되는 총선 및 대통령선거에서 ANC를 집권당으로 끌어올려야할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전국대회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성공한 만델라가 1년여동안 흑인집단간의 폭력충돌로 흩어졌던 ANC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정부와의 개혁협상 주도권을 되찾아 94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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