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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호칭 혁명무력의 수위로 변화-내년「대관식」설과 우상화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김정일 북한 노동당 비서가 아버지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명실상부하게 승계 받는 「대관식」이 내년에는 거행되리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에 대한 호칭이 점점 새로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에서 김부자에 대한 호칭이 유별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김일성을 지칭하는 보편적인 호칭은 「위대한 수령」을 비롯, 「어버이 수령」「경애하는 수령」「혁명의 천재적 수령」등이다.
이와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가 낳은 위대한 사상이론가」「세계혁명의 위대한 영도자」등도 사용된다.
김정일에 대해서는 「친애하는 지도자」를 비롯,「경애하는 지도자」「영명한 지도자」등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정일에 대해 「수령」이라는 용어는 붙이지 않았다.
북한의「수령론」에 따르면 수령은 한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관식이 거행된다면 우선 호칭이 달라질 것이 확실시된다.
지금까지의 논리에 따르면 대관식 거행과 함께 김정일이「수령」이라는 호칭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일성이 「수령」으로서 북한사회에서 차지해온 위상, 내부적 개혁 움직임 등의 요인에 따라 유동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수령」앞에 새로운 수식어를 붙이거나 「수령」이라는 용어대신 다른 용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북한에서 말하는 수령의 개념,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호칭 추이 등에 대해 알아본다.
수령론=수령의 사전적 의미는 「한 당파나 무리의 우두머리」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수령이 이같이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즉 북한에서 수령은 「노동계급의 당과 인민대중의 최고영도자」로 돼있다.
김정일은 87년 7월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수령을 인체에 비유,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개별적 사람들의 중심이 뇌수인 것처럼 사회 정치적 집단생명의 중심은 이 집단 최고뇌수인 수령입니다.
수령이 이 생명체의 생명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수령은 사회 정치적 생명체의 최고 수뇌로서 집단의 생명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동지애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으로 됩니다.
다시 말하면 인민을 지도하는 당은 요추이고 당을 지도하는 수령은 뇌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령은 단순하게 「한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개념」으로 전환돼 버린 것이다.
김일성에 대한 호칭=60년대 중반기까지는 공식직책을 내세워 호칭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최고 권력자로서의 개인적 권위를 부각시키는 정도였다.
공식문서나 책자에서 내각수상의 직책을 따 「김일성 수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한 60년대 말부터 호칭이 다양화됐다.
70년대 초까지는 「위대한 수령」「경애하는 수령」정도가 등장했으나 그후 「민족의 태양」「세계혁명의 붉은 태양」등 수십 가지가 생겨났다.
김정일에 대한 호칭=북한 중앙방송은 20일 김에 대해 「혁명무력의 수위」라고 불렀다.
이 방송은 이날 북한군 포병절을 맞아 포병전력이 김 부자의 영도에 의해 「불패의 일당
백 무력」으로 성장했다면서 이 같은 표현을 썼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군부장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에 대한 호칭은 70년대 본격적으로 당 사업을 장악하면서 「당중앙」이라고 불린 이후 다채로운 용어가 뒤따랐다.
그 동안 가장 흔하게 알려진 용어는 「친애하는 지도자」였다가 90년부터는 「위대한 영도자」가 추가됐다.
특히 최근에는 「주체 위업 계승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있다.
이는 북한에서 통용되는 「수령론」의 귀결로서 주체사상을 계승받을 사람은 김정일밖에 없다는 점에 기인되고 있다.
이밖에 김정일에 대한 호칭으로는 「김일성 장군의 계승인」「2천만의 아들」「독립 백두성」등이 있다.
전망=북한의 권력 승계 일정에 대해선 현재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92년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일을 총 비서로, 93년 개최될 예정인 최고인민회의 제10기 회의에서 주석으로 각각 선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은 ▲김주석에게는「하야」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90년에 4년 임기의 주석으로 선출된 김일성이 주석직은 끝내야 하며 ▲그러나 당의 실권은 명실상부하게 넘겨주어도 무방할 만큼 김정일이 당을 다져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에 대한 호칭도 일률적으로 규정되기 어렵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92년 김정일이 총 비서직을 승계할 경우 「당의 수령」이라는 식으로 「수령」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수령」이라는 용어를 붙이려면 기본적으로「주석직」까지 승계 받아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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