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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40여 년…북한 행정구역 어떻게 변했나|곳곳에 「김일가」 이름 딴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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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연 편집장이 펴낸 「신 풍물기」요약>
분단 40여년이 경과하면서 이북 출신 실향민들에게조차 낯선 북한지명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이 지명을 모두 한글로 표기하는 데다 행정구역의 빈번한 개편 및 1천여 개의 지명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측에서도 북한지명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소개가 없어 문제를 가중시켜왔다. 이는 현 초·중·고 지리교과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교 교과서의 경우 자강도·양강도 등 새 행정구역에 대한 소개가 없다. 중·고교교과서에서도 탄광·공업지구 위치가 옛 지명으로 표기돼있다. 즉 성진시가 김책시로 바뀐지 오래됐으나 중학교 사회1 교과서를 보면 「성진 공업지구」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북한의 새 지명을 교과서에 반영키로 방침을 세웠다(중앙일보 5월1일자). 이 같은 실정에서 북한의 새 지명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서가 출판돼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북한관련자료를 수집해온 고태우씨(편집장)가 펴낸 『북한 신 풍물기』가 그것으로 이 책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해방직후 북한의 행정구역은 강원도 일부를 포함, 6개도, 1백2개 군으로 이뤄져 있었다.
북한당국은 그 뒤 여러 차례에 걸쳐 행정구역을 개편, 현재 9개도, 1백50여 개 군과 평양특별시, 개성·남포직할시를 갖게 됐다.
해방직후의 6개 도는 함북·함남·평북·평남·황해·강원 등이었으나 지금은 자강도와 양강도가 신설되고 황해도가 황해 남·북도로 갈라져 9개로 됐다.

<소 해군 전진기지 나진시>
함경북도=함북은 북동 제일의 항구 청진시, 대리석 생산기지로 유명한 김책시(옛 이름 성진), 소련해군의 전진기지 나진시와 11개 군으로 이뤄져있다.
11개 군에는 문맹·가난·기생이 없다는 3무의 고장 길주군, 동해안 경승지 화태군, 동양의 알프스로 불리는 칠보산이 있는 명천·화성군, 신고산 타령의 본고장 어낭군이 포함된다.
또 고원과 광산지대인 연사군, 광물·목재의 집산지 회령군, 우리 나라 최북단지방인 온성군, 옛 웅기 북부와 경흥을 합쳐 신설한 은덕군, 두만강 하구와 동해가 만나는 선봉군(옛 웅기) 등이 있다.
도자기의 명산지 경성군과 광산지대인 무산군은 지금 청진구역에 편입돼 있다.
북한에서 경제특구가 만들어진다면 바로 함북의 청진 주변항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일성이 직접 이름지어>
◇함경남도=함남은 조선왕조의 발생지로 함흥시, 동해안의 원양어업기지 신포시·단천시와 15개 군으로 이뤄져있다.
15개 군에는 관북 최대의 곡창지 함주군, 김일성이 직접 이름 붙였다는 낙원군(옛 함주·함흥 일부), 함남의 농업중심지 정평군, 영흥 평야를 「금 같은 평야」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한 금야군(옛 영흥군) 등이 있다.
또 탄전지대 고원 군, 장진수력발전소와 거대한 인공 호수 장진호가 있는 장진군, 전력기지로 유명한 영광군(함주에서 분리된 전 오로군) 등이 있다.
사자놀이와 물장수의 본 고장이자 명태산지인 북청군과 덕성군(옛 북청의 북부), 어항과 명승을 함께 갖춘 이원군, 역사적으로 저항의 맥을 잇고 있는 단천이 시로 승격되면서 그 일부로 신설한 허천군이 있다.
함남은 곳곳에 펼쳐진 해수욕장과 기암절벽, 희귀한 나무숲 등 절경으로 유명하며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춘 천연의 보고다.
북한이 일본과 수교,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게 되면 함남 해역이 새로운 경제발전지구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혁명사적지 유난히 많아>
양강도=54년에 새로 만든 양강도는 흔히 우리가 아는 백두산의 남쪽지역과 삼수갑산으로 일컬어지는 전 함남의 북부지방이다.
양강도에는 원목의 집산지 혜산시와 11개군이 있다.
「노천혁명박물관」의 표본인 김정숙군(옛 신파), 김일성 아버지이름을 단 김형직군(옛 후창), 삼촌의 이름을 딴 금형권군(옛 풍산, 북방의 진돗개로 불리는 풍산개 유명), 북한혁명전통 교양의 거점 보천군과 천혜의 동계관광지 삼지연군이 대표적이다.
또 백두산의 용암이 머무른 백암군, 하늘아래 첫 동네 삼수군·갑산군, 개마고원 남부에 자리잡은 풍서군, 원목집산지 운흥군, 두만강상류의 대홍단군이 있다.
양강도는 김일성의 혁명사적지가 유난히 많아 도 전체가 「대 노천혁명박물관」으로 불릴만하다.
삼지연에서 동계 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겨울스포츠 관광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강진은 중강군으로 바꿔>
◇자강도=49년에 신설한 자강도는 옛 평북의 강계·자성·후창·위원·초산·희천군 등과옛 함남의 장진군 일부를 떼어 만들었다.
자강도는 그 뒤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쳐 군수산업 중심지 강계시, 기계공업의 중심지 희천시, 만주와 평양을 연결해주는 교통요지 만포시와 15개 군으로 구성됐다.
15개 군에는 다양한 식물의 보고인 화평군, 독로강 중심으로 강상교통이 발달한 시중군, 운봉호와 중강진을 연결하는 강상운수와 운봉발전소로 유명한 자성군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중강진은 중강군이 됐고 압록강 접경 들쭉술로 유명한 초산군, 나무의 고장 고풍군·송원군, 성냥산지인 동신군·전천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자강도는 우리 나라 최대고원인 개마고원 서쪽에 위치한 자강고원의 원시림 고장이어서 산림·지하자원이 풍부하지만 워낙 추운 지역인 만큼 개발이 쉽지 않다.
다만 군수산업 요충지로 공장시설이 산속이나 지하에 있는 것으로 알러져 있다.

<핵 시설로 논란 빚는 영변>
◇평안북도=평북은 대륙과의 관문인 신의주시, 옛부터 북방세력과의 격전지였으며 유색금속광물생산지인 귀성시(옛 구주)와 22개 군으로 이뤄져 있다.
연안어업기지 용천군, 천일염 생산지 염주군, 도의 최장 해안선을 지닌 철산반도의 철산군, 선천과 철산일부로 만든 동림군, 한국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기독교지역 맹천군, 옛 오산학교 소재지로 간석지가 발달한 정주군, 박천 평야의 논벼생산과 과수단지로 유명한 박천군, 옛 박천에서 분리돼 나온 운전군 등이 있다.
최근 핵 시설로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영변군, 묘향산의 관문 향산군, 세계적 금광이 있는 운산군, 수풍발전소에 맞먹는 발전소를 건설중이고 특수 항공기지를 보유하고있는 태천군도 평북에 포함된다.
이밖에 「무뚝뚝하고 미련하며 고집센 사람」을 일컫는 벽창호라는 말의 유래지인 창성군·벽동군(수풍호 지구), 옛 창성의 남쪽에 청산8경으로 유명한 동창군 등이 있다.
평북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개발사업은 서해안의 간척사업과 태천 발전소 건설이다.
최근 북한은 묘향산지구를 관광지로 적극 개발하고 있으나 평북내륙의 교통난으로 애를 먹고 있다.

<동-서해연결운하 건설 중>
평안남도=평남은 흔히 「혁명의 수도」 「혁명의 심장부」로 선전되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북한 중심권이다.
평양과 서해관문인 남포직할시를 비롯해 채소생산지이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평성시, 무연탄 생산지이자 대규모 비날론 공장이 있는 순천시, 탄광지대인 덕천시 및 평남관개의 기본수로인 연풍호가 있는 안주 시와 16개 군이 있다.
옛 낙랑군의 유적과 명승이 있는 대동군, 강서·용강일부를 떼어 신설한 염전과 간석지 고장 온천군과 증산군, 평원평야가 자리잡고 있는 평원군, 안주 일부를 떼어 신설한 문덕군, 밤 산지와 온천으로 유명한 성천군과 회창군, 군사요충지 개천군, 안주평야 남부에 자리잡은 소금산지 숙천군 등이 있다.
그밖에 대동강의 발원지인 영원군과 대흥군, 대 화력발전소가 있는 북창군, 군사적 요새로 알려진 맹산군, 김일성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첫 출마했던 강동군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무명과 소주로 유명한 용강군과 공업단지가 조성돼 있는 대안시는 지금 남포직할시로 편입됐고 구석기 유적지 상원군과 동명왕능이 있는 중화군과 강남군은 평양특별시에 속해 있다.
평남의 서해안 일대는 간척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남포의 서해갑문을 비롯, 봉화·미림 등의 여러 갑문이 조성돼 동해·서해를 잇는 대운하가 건설중인 것도 큰 변화의 하나다.

<제철소 있어 채취공업발달>
◇황해북도=황북은 옛 황해도의 북쪽이 아니라 멸악 산맥과 예성강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황북은 교통중심지 사리원시와 황해제철소가 있는 송림시 및 14개 군으로 이뤄져있다.
가곡 『성불사의 밤』의 성불사 및 사과산지로 유명한 황주군, 농업용수 중심지 연탄군, 탈춤의 본고장 봉산군과 은파군, 분지 속에 금광을 갖고 있는 수안군, 군사요충지 신계군, 유적을 많이 갖고있는 형석 광산지역 평산군, 임꺽정의 근거지였던 산림지대 금천군과 토산군 등이 포함된다.
황북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지역인데다 황해제철소 배후지역이어서 채취공업이 발달돼 있다.
교통 및 지형여건으로 군사기지가 산재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개성을 관광단지로 개발>
◇황해남도=황남은 개성직할시를 제외한 38선 이남지역 일부와 옛 황해도의 서북부지역으로 배산임해의 전형적 도시 해주시와 19개 군으로 이뤄져 있다. 황남에는 동양최대의 고인돌과 탈춤·철광석산지로 유명한 은율군, 북한최대의 과일산지 과일군과 역시 과수지대인 장연군,『몽금포타령』으로 유명한 용연군, 장연과 신천의 일부를 분리시켜 신설한 감의 산지 태탄군이 포함돼있다.
또 북한의 6·25전쟁박물관인 「신천박물관」이 있는 신천군, 고구려 최대고분이 있는 안악군, 율곡이 『고산구곡가』에서 읊은 명승지 벽성군, 북녘땅의 최남단 옹진군, 옛 유배지였으며 강령탈춤의 고장 강령군, 옛 연백에서·떨어져 나온 연안군·백천군 등이 황남의 군들이다.
인삼의 본고장 개풍군, 옛 장단에 개풍 일부를 흡수한 장풍군·판문군은 개성직할시에 속해있다.
황남은 휴전선 인근 지역이어서 극히 개발이 지연됐던 곳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개성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명사십리·해당화의 고장>
강원도=현재 남북한의 행정구역상 같은 도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곳은 강원도뿐이다.
강원도는 명사십리와 해당화의 고장으로 동해관문인 원산시와 16개 군으로 이뤄져있다.
강원도에는 옛 문천과 함남의 고원 일부를 떼어 신설한 시멘트생산지 천내군, 고원·탄광지대인 문천군, 원래 ,함남에 속해있었으며 명승지와 평야를 지닌 사과산지 안변군, 총석정이 있는 쌀 고장 통천군, 금강산 관광단지의 고성군·금강군, 펄프·목재가공 산지이며 노천온천·청계약수를 갖고있는 법동군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임진강상류 판교군, 교통중심지 이천군, 「철의 삼각지대」로 유명한 철원군·평강군·금화군, 평강·회양·안변에서 조금씩 떼어내 만든 삼방 약수터의 세포군 등이 있다.
강원도는 특히 금강산과 원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이 풍부한 고장으로 개발전망이 매우 밝다. <유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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