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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하고 반추하는 훈련도 하라

중앙일보

입력

◆ 2008학년도 논술고사 특징

2008학년도 논술고사는 3가지 형식적 특징이 있다. 먼저 논제 구성 방식의 변화다. 2007학년도 정시논술까지는 대부분 하나의 주제를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2008학년도부터는 여러 개의 문항을 순서대로 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암기한 지식을 나열하거나, 단기간에 논술문 구성 요령을 배워 시험을 치는 학생들을 걸러내려는 것이다. 두 번째, 수리영역의 도입과 비중 확대를 들 수 있다.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부담이다. 세 번째,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용능력을 길러야 한다.

◆ 무엇을 요구하는가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대학의 부담도 늘었을 것이다. 특히 논제의 적절성과 채점의 공정성은 여전히 대학의 고민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내놓은 해결방안이 질문 방식의 단계화다. 문제를 단계별로 세분화해 학생들의 사고 진행과정을 구체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요약과 비판 능력, 실질적인 적용능력,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 문제를 한번 보자.

-(인문계 문항 1)

위 제시문들은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이다. (가)의 요지를 밝히고(200자 이내), (가)와 (다)의 견해를 비교하고, 모든 제시문을 참고해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60점)

-(자연계 문항 1)

위의 제시문들은 근대화와 사회 변화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가)의 요지를 밝히고(200자 이내),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의'여학생'의 관점을 비판하시오. (35점)

이런 논의 방식은 학생들의 사고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려는 의도다. 또한 세분해 평가함으로써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질문은 주어진 요구대로 하나씩 써내려가야 한다.

요약→견해의 비판적 검토→주제에 대한 본인의 견해 순서다. 채점자들은 배점 기준에 따라 요구사항을 하나씩 검토하면서 채점할 것이다. 하나의 논제를 가지고 주어진 분량을 채우는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할 수 있다.

◆ 계열별로 준비가 다르다

인문계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논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리영역 확대에 대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반면 자연계 학생들은 당혹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고3에 올라가는 인문계 학생들은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주제를 정리해 놓아야 한다. 또한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국내외 사건·이슈를 분석하고 논리적 근거를 세워 두면 큰 도움이 된다. 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수리영역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자연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논술 준비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수학이나 과학 영역은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공부했지만, 인문.사회과학 영역은 대부분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논술시험에서는 공식을 외워 수식대로 푸는 형태는 출제되지 않는다. 고려대수시1, 2의 논의 주제, '정의와 효율성''근대화와 사회변화'등에서 보는 것처럼 자연계 학생들에게도 사회과학적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연계 학생이라는 이유로 수학.과학과 관련된 독서와 준비만 한다면 실제 시험에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문계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치.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상생활과 관련한 자연현상이나 원리, 그리고 기술 현상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몇몇 대학은 일상생활과 친근한 주제를 통해 과학적인 개념의 이해력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 원리와 개념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목표는 가능한 빨리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평소 꾸준한 글쓰기와 독서, 토론 학습 등을 통해 적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불현듯 생각이 떠오르거나 의문이 드는 것들은 항상 메모를 하고 반추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고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목표로 하는 대학을 가능한 한 빨리 정하는 것이 좋다. 대학마다 논술 유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는 몇 개의 논제를 주고 계열별로 조합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지망할 계열에 따라 준비해야 할 영역도 달라질 것이다.

고려대나 연세대는 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서술한다. 이런 방식은 논의 주제를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한 모형에 수리영역이 포함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리영역에 대한 부담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학마다 논술고사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지망 대학을 결정한 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상현 프로메테우스 논술 대표 강사, 02-592-0589,www.u-c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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