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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읽기와 1대1 토론이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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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국 학생 논술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순창중·여중 학생들과 최은아 강사(左)가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서울 강남의 아이들과 비교해 우리 실력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돼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체 주민이 3만2000여명에 불과한 초미니 지자체인 전북 순창군의 중학생들이 내로라 하는 대도시 학생들을 제치고 전국 논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순창중.순창여중을 다니는 강지혜.김소진.김수연.설루나.양진화.이소희.이현희.한초원 양과 박현모.정재균군 등 10명으로 구성된 '비상'팀. 이들은 사단법인 '아름다운 학교 운동본부'(상임대표 이명현.윤덕홍 전 교육부 장관)가 주최한 '제1회 전국 학생 논술 경연축제'에서 중등부 팀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초.중.고교부로 나눠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5만여명이 참여했다.

중등부 팀 부문에서는 대상없이 10개 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비상팀 외 입상팀들은 전원 서울.대전 등 대도시 학생팀이다.

순창군 중학생들이 논술 실력파로 떠 오른 것은 지자체의 지원과 지도 교사의 열정이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순창군이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2003년 문을 연 장학교육기관인 '옥천 인재숙'에서 무료로 논술 지도를 받아왔다.

지도 강사는 최은아(31)씨였다. 서울 학원가에서 국어 강사로 활동하던 최씨는 고향(전남 장성)의 어머니 근처에서 살고 싶어 2005년 옥천 인재숙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우선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주제를 정해놓고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자유스럽게 주장을 펼치는 '맞장 토론 시간'을 매주 1시간씩 가졌다. 주제는 '후세인의 사형' 등 신문에 나오는 시사 문제를 선정했으며 관련 도서와 기사를 미리 읽어 오도록 지도했다. 일주일에 1시간씩은 직접 글을 써 보도록 유도했다.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naver.com/euna0303)를 마련해 학생들이 글을 올리면 곧바로 첨삭지도를 해주는 노력도 기울였다.

1년 동안 독서와 토론을 거듭 하면서 학생들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신문에 관심있는 기사가 나오면 자발적으로 스크랩을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함께 돌려 보면서 토론하고 발표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최씨는 "불필요한 요령보다는 책읽기와 생각 다지기에 노력을 기울인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을 잘 활용하면 굳이 대도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논술 실력은 향상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김수연(15)양은 "친구들과 신문을 읽고 토론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주장의 근거와 논리를 세우는 실력이 늘어 글을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순창군은 옥천 인재숙에 매년 운영비로 10억 여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역 중3 학생과 고교생을 학년 별로 50명씩 선발해 전주.광주 등 인근 대도시에서 강사를 초빙, 방과후 과외를 시키고 있다. 수업은 오후 7시부터 3시간씩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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