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종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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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우리 산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돈과 행운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답게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으련만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내수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하반기나 돼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수출은 원고(高)와 세계경제 둔화 등으로 수년간 이어온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기 벅차 보인다. 전반적으로 정보기술(IT) 분야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데 비해 대다수 전통 주력 산업 및 서비스 분야는 정체 내지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들의 긴장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새해 업종별 흐름을 짚어 봤다.

*** 수출은

수출은 올해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수출액은 지난해 3000억 달러 고지(잠정집계 3260억 달러)를 넘은 데 이어 올해는 3500억~36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경기 후퇴와 환율문제 등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산업자원부와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 등은 올 수출증가율을 10%, 민간 연구기관들은 8~9%로 전망한다. 2003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이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원고 현상이 계속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디지털 가전.정보통신기기 등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내수는

내수는 쉽게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민간소비는 2005년 3.2%, 지난해 4.2% 성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3%대(3.7~3.9%) 성장을 예측했다. 소득 및 고용 여건 악화로 큰 폭의 가계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설비투자 부문에서는 설비 과잉 문제가 해소되면서 기업들이 장차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지난해(7.4%)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투자도 뉴타운 건설, 혁신도시 사업 추진 등 재정지출을 통한 공공부문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년치 일감 예약해 호황 예고
조선

지난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 3'가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를 기록하는 등 세계 조선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올렸던 조선업계의 기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은 올 수주 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고, 순항 채비에 들어갔다. 유럽 및 일본의 경제회복과 중국의 성장세 지속으로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생산과 수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앞선 기술로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경쟁국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3년반 정도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문을 가려서 받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원화가치 급등과 선가 하락세 전환 등을 이유로 올해 이후의 조선 시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기우'라고 일축한다.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의 경제 발전으로 세계 물동량이 계속해서 크게 성장하고, 이에 따른 선박 수요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현철 기자

전 세계 구조조정 … 덩치 키우기 탄력
철강

지난해 중국 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던 철강업종에선 올해 하반기 이후 구름이 걷힐 전망이다. 미국의 철강 재고 조정 완료, 건설경기 회복, 자동차 수출 증가 등이 2분기 이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가동, 현대제철의 전기로 재가동, 특수강 업계의 신.증설 등으로 생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 특수에 힘입어 수출도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재 소비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내수도 처음으로 5000만t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 철강업계의 화두는 역시 덩치 키우기다. 지난해 세계 철강 1위 미탈이 2위 업체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불어닥친 세계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올해도 대형화 경쟁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도 대형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산업의 대형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성장'을 경영의 키워드로 설정했다. 포스코는 2008년까지 조강생산 능력을 3500만t으로 늘리고 생산설비를 합리화하고 고부가가치 설비를 신설하는 데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충남 당진에 5조원을 들여 일관제철소(700만t) 건설에 나선 현대제철도 올해 안에 부지조성을 마무리하고 설비공사에 들어간다.

나현철 기자

수출 어려워져 현지화 가속도
자동차

자동차업계는 2000년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된다. 원화 강세에 내수 부진이 이어져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910원 이하로 떨어지면 적자 수출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국산차의 품질평가가 개선되고, 수출차종이 중.대형차로 다양화하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해외생산은 기아차 유럽공장이 가동되고, 현대차 중국2공장.인도2공장.체코공장 등의 공사가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전체로는 올해 생산량 4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수는 4% 안팎의 성장에 그칠 전망. 경기침체, 고유가, 7~10인승 세금인상 등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 2월로 예정된 조직개편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비용절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신차 개발부터 비용을 줄이는 도요타식 신차 개발 기법을 연구소가 어떻게 소화할지도 관심. GM대우차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수출물량이 유럽.중국에 72% 정도 몰리다 보니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유로.위안화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연말께 나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얼마나 빨리 출시하느냐에 기대를 건다.

김태진 기자

유가 안정에 소비 늘어날 듯
석유화학.정유

석유화학 및 정유 업계는 올해 매출과 이익이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종은 2004,2005년 유가 급등으로 제품값이 올라 외형(매출)은 성장했다. 하지만 실속(이익)이 적었다. 고유가로 제품값을 올렸더니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판매가 위축됐던 것. 그러나 한때 80달러를 향해 치솟던 유가가 올해엔 60달러선으로 안정되면서 소비 위축이 완화될 것이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해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다른 변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지고 있는 유가 불안 요인이 그것이다. 이란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에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처형된 뒤 현지 무력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두 유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개발도상국들이 공장을 증설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짓고 있는 공장들이 2008년 일제히 가동을 시작해 화학제품값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해 제품 구매를 미룰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임장혁 기자

95년 'D램 호황' 부활 예상
반도체

반도체는 올해도 쾌속 순항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수출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2005년보다 23.5% 늘어난 3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출과 생산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PC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 출시에 따른 D램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데다,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가트너 같은 시장조사회사들은 올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20% 성장한 550억~66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D램은 역사적 고점인 1995년(408억 달러)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중심인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지난해 40나노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와 50나노 1G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지난해 처음 세계 반도체업체 10걸에 진입한 하이닉스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 같다. 다만 가격이 안정적인 D램과는 달리 플래시메모리는 가격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들어 수익성이 조금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창우 기자

삼성.LG, 일본과 선두권 다툼
LCD 등 가전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가전업종의 새해 전망은 유동적이다. 전반적으로 수출 호조, 내부 수진의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선두권을 다툴 것이다. LCD 디스플레이 매출에서 2년째 선두를 지킨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보르도''모젤' 시리즈를 중심으로 LCD TV에 주력한다. 북미 시장에서 '브라비아' 돌풍을 일으킨 소니를 맹추격해 거의 따라잡았다는 설명. 충남 탕정의 세계 최초 8세대 LCD 라인이 가동에 들어가는 등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PDP 부문에서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 LG필립스LCD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치열한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어찌 헤쳐나갈지가 관심거리다. 특히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어려움은 더한다. 가전 분야에서는 프리미엄급 냉장고.에어컨.세탁기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유럽 시장에서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에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창우 기자

뮤직폰.와이브로 수요 급팽창
정보통신.PC

통신기기 쪽은 지난해보다 좋을 것 같다. 대표적인 통신기기인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울트라 에디션'과 LG전자의 '초콜릿폰''샤인폰' 등 전략제품 판매가 호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뮤직폰과 WCDMA(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폰 등이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런 제품군은 디자인 못지않게 국내 휴대전화 메이커들의 강점인 기능성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기술력 있는 국내 업체들의 전망이 밝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교체 수요와 지상파 DMB(디지털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의 전국 서비스 등에 힘입어 통신기기의 내수가 지난해보다 10.9% 늘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화상통화가 가능한 차세대 이동전화서비스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와 와이브로(휴대 인터넷)의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는 하반기부터 관련 제품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PC 시장 역시 노트북이 주도할 전망이다. 서브 노트북 등 보급형 신제품 수요가 늘고 대용량 저장장치 보급이 늘면서 내수가 호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윈도 비스타가 본격 출시되는 하반기에는 수요가 더 크게 늘 수 있다.

서경호 기자

국내선 죽 쓰고 해외서 기 펼 듯
건설

올해 건설업 경기는 국내와 해외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국내에선 움츠러들고 해외에선 활기를 띨 것 같다는 이야기다. 주택 분야 의존도가 높은 국내사업은 부동산값 잡기 정책으로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실시, 공영 개발 확대 등으로 민간 업체들의 일감과 수익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가령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상한선 이하로 매겨야 한다. 지금까지의 책정 기준이던 주변 주택 시세보다 분양가가 20%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여 채산성이 없는 사업의 포기 사태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공사를 수주해 놓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상한제 적용으로 진척이 잘 안 될 경우 업체 매출에 큰 타격이 된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주택 분야 이외의 사업 다각화에 힘쓸 것이다. 해외 진출이 주요 탈출구다. 토목 등 주택 이외 국내 건설경기라 해 봐야 일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건설은 고유가로 인한 풍부한 오일달러 덕분에 사상 최고 호황이다. 지난해 수주액은 165억 달러로 종전 최고치(1997년 14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수주액은 더욱 늘어 180억 달러로 기대된다.

안장원 기자

담보대출 규제로 이자수익 감소
금융

금융업계는 올해를 시장의 안정을 위협할 잠재 불안요인이 많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환율.금리.유가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통령 선거 등을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다. 금감원이 제시한 금융권의 전략 목표는 ▶잠재적 시장위험(risk)에 대한 효과적 관리▶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육성을 통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올해 전략목표로 세웠다.

특히 '부동산을 꼭 잡겠다'는 대통령의 연두 발언으로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런 정책을 펼칠 것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외형확대 경쟁으로 급격히 늘어난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서 악화되는 수익성을 만회하는 데 경영전략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계.중소기업 등 분야의 외형 확장보다는 비이자수익 증대, 해외 진출 등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금융업계 내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정상화 문제가 숙제다. 생명보험업계는 경쟁 심화로 업계 내 구조조정이 일지 않을까 점친다.

최준호 기자

인터넷몰 20% 성장 이어갈 듯
유통

유통업계는 금리 상승과 북핵 사태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될 걸로 기대한다. 올해 소매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가량 커진 158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세는 업태별로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대형마트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이 전국에 총 40여 군데 점포를 낼 예정이다. 이런 출점 규모는 전보다 적긴 하지만 꾸준히 점포를 늘리면서 백화점과의 거래액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것은 인터넷쇼핑몰의 성장세다. 이 업태는 올해도 20% 이상 성장하며 거래액이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면 내년엔 20조원을 넘어서 백화점을 추월할 수 있다.

백화점은 올해 4% 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화관 등이 입주한 복합쇼핑몰이나 패션전문점 등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늘릴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로 폭풍전야 같은 TV홈쇼핑 업계는 디지털 쌍방향 쇼핑(T-커머스) 등 첨단 판매시스템 도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점포 수를 꾸준히 늘린 편의점은 올해 1분기 1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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