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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공도, 골프 공도 정직과 노력 사이로 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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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스포츠는 정직한 겁니다. 골프나 축구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니까요."

차범근 감독과 26일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을 찾았다. 서해안에 강풍 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기온도 뚝 떨어져 매서운 칼바람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날이 올해의 마지막 라운드라 우리 일행은 파이팅을 외치며 라운드를 강행했다.

차 감독이 1980년대 유럽에서 선수로 활약할 때 별명이 '차붐'과 '갈색폭격기'였다. 빠른 돌파력과 정확한 슈팅으로 수많은 축구팬을 열광시켰다. 요즘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뉴스가 되고 있는데 당시 차범근 선수가 넣은 골이 통산 98개였으니 그 활약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1999년 월드사커 지는 차 감독을 '20세기 축구에 영향을 미친 100인'에 선정했다.

차 감독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평균 270~280야드다. 게다가 방향까지 좋다. 동반자들이 주눅들게 마련이다.

야구 선수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거리를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축구선수 출신이 이처럼 거리를 내는 이유는 바로 하체 덕분이다. 차 감독의 허벅지는 날씬한 사람의 허리통만 하다. 기성복 바지는 올라가지도 않는다.

스윙은 팔로 하지 말고 머리-허리-다리-꼬리로 하라는 말이 있다. 헤드업 하지 말고 허리를 잘 돌리고 다리로 받쳐주고 엉덩이 꼬리는 뒤로 빼라는 뜻이다. 바로 차 감독이 이런 타입이다. 퍼팅도 아주 정교하다. 이날 캐디는 목표방향을 재미있게 알려주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벙커와 깃대 사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축구 골대처럼 생각하고 샷을 하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이날은 강풍 때문에 똑바로 날아가던 공이 수직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옆바람을 타고 휘어져서 OB가 나기도 했다. 파 하는 것이 평소 버디 하는 것처럼 어려웠다.

이날 차 감독은 버디 한 개와 파 4개를 잡고 86타를 쳤다. 구력 5년에 베스트 스코어 75타, 그리고 최근에는 보통 70대 후반을 쳤는데 이날 강풍 때문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면서 웃는다.

재미있는 일은 앞 팀에서 치고 있던 가수 배철수.최백호 일행을 그늘 집에서 만난 것이다. 차 감독은 이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고, 이들은 갈색폭격기를 이야기했다. 그늘 집에서 즉석 '7080 콘서트'가 벌어졌고, 무료로 나눠주는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먹으면서 즐거워했다.

차 감독의 좌우명은 '정직과 노력'이다. 그의 성공은 바로 이 좌우명에 뿌리를 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또 다른 차별성은 '봉사'일 것이다. 일찍이 차범근 축구교실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있다.

좀처럼 사교모임에 나타나지 않는 그가 늘 쾌활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 일행은 그것이 아마 종교.봉사, 그리고 골프일 거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오늘의 원 포인트 레슨=골프는 정직하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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