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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감독 바비 나이트 전설을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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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대학농구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바비 나이트 텍사스테크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루복 AP=연합뉴스]

'농구 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악마에게 영혼을 판 감독'.

극단적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바비 나이트(66) 텍사스테크대 감독(전 인디애나대 감독)이 미국 대학농구 최다승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2001년부터 텍사스테크를 이끌고 있는 나이트는 24일 미국대학농구(NCAA) 정규리그에서 버크넬대를 72-60으로 꺾어 개인 통산 879승(353패)을 기록했다.

과거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이끌었던 대학농구의 전설적 명감독 딘 스미스(879승254패)와 타이기록이다. 나이트는 이르면 28일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이날 승리 후 나이트는 "내가 처음 감독을 맡은 1965년의 선수 녀석들이 손자와 함께 나의 경기를 보면서 '저놈이 처음 감독 시작했을 때 나도 함께 있었다'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5세의 나이로 육사 감독을 맡아 최연소 미국 대학농구 감독이 된 그는 71년 인디애나대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수비를 중시하면서도 공격에서는 센터를 비롯한 전 선수가 동료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선수들은 강한 체력과 전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팀을 위한 희생이 필요했다. 자신을 버리고 팀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거는 팀 정신, 그가 지지자들로부터 최고의 감독이라고 추앙받는 이유다. 나이트는 이른바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우승을 세 차례 차지했다. 76년 첫 NCAA 우승 시 그는 32승무패의 기록을 세웠는데 이후 전승 우승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그는 불같은 성격으로 많은 안티팬을 두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경찰을 폭행하는가 하면, 경기 감독관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제자들은 물론, 심판.기자.경기 관계자 등이 그에게서 심한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했다. TV에 나가 황당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편파적 심판 판정에 당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의 괴로움을 빗대 "성폭행을 막을 수 없다면 그냥 마음 편하게 즐겨야 한다"고 말해 여성단체로부터 격분을 샀다.

농구황제인 마이클 조던은 현재 최다승 타이인 두 감독과 함께 생활해 봤다. 스미스와는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나이트와는 84년 올림픽 대표팀에서다. 조던은 "두 감독 모두 최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한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면서 스미스를 "4각 오펜스의 대가"라고 치켜세운 반면, 나이트에 대해서는 "4글자 욕(F×××)의 대가"라고 비난했다.

감독 경력 41년이 된 지금도 그는 선수의 멱살을 잡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수비를 가르치면서 부진하던 텍사스테크를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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