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국의 '밑 빠진 독'이 됐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비용으로 997억 달러(약 92조원)를 추가 요청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추가 예산이 의회의 승인을 얻는다면 10월 시작된 2007 회계연도의 대테러전 비용은 약 1700억 달러가 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500억 달러 증가한 액수로 연간 전비로는 미국 사상 최고액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지출한 연간 최대 전비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의 1210억 달러(물가상승률 감안)였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비=전비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라크 내 상황이 열악하다는 증거다. 극심한 종파분쟁으로 무장세력의 공격이 빈발하면서 장비 파손도 늘고 병사들의 보호장구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추가 요청할 예산 항목을 보면 ▶현재 진행 중인 작전 비용 415억 달러 ▶노후.파손 장비 교체 비용 267억 달러 ▶개인 방호장비 등 구입비 100억 달러 등이 대부분이다. 단지 유지 비용만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재건사업이 시작되면 이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라크연구그룹(ISG)은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 전쟁 및 전후 복구사업 비용으로 총 2조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06 회계연도까지 이라크전 비용으로만 약 3500억 달러가 지출됐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등 대테러전 비용을 모두 포함하면 5000억 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부터 의회를 장악하는 민주당은 철저한 예산검증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조차 전비 삭감에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자칫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들을 보호하는 데 인색하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추가 파병 논란=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전 승리를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추가 파병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파병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라크 현지의 미군 수뇌부조차 회의적이다. 이런 가운데 20일 이라크 전쟁을 지휘해 온 존 애비자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이 임기를 석 달 앞당겨 내년 봄 조기 퇴임할 계획이라고 밝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상원에 출석, 현지 치안 확보를 위해 추가 파병보다는 이라크군 양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