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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새해부터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주연 맡는 최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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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연합뉴스]


이번에도 바람난 남편이다. 살림이라면 똑 소리 나고, 남편을 하늘처럼 여기고, 딸 아이 예쁘게 키우는 재미로만 사는 그녀인데 말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을 깜찍하게 외쳤던 그녀에게, 하늘도 무심하시지.

1월 1일부터 MBC-TV 일일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 주연을 맡은 최진실(38.사진)은 딸 하나를 데리고 결혼한 남편 건우(이재룡 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현모양처' 세영이다.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를 보살피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기가 낳지도 않은 딸을 키우는 억척같지만 살가운 사람이다. 이런 착한 이를 두고, 남편의 눈은 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일까. 극중 건우는 세영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첫사랑 서경(성현아 분)과 6년 동안이나 몰래 사랑을 나눈다.

세영이라는 인물은 최진실을 화려하게 재기하게 한 KBS-2TV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맹순과 중첩된다. 젊은 시절부터 최진실이 부여받은 '똑순이'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살림 잘하고 생존력은 강하지만 남편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역을 연거푸 맡게 됐다.

수많은 미니 시리즈를 찍었지만 일일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최진실은 "맹순과 세영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아줌마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6kg이나 찌웠던 전작과 달리 세영은 사랑은 못 받더라도 남편에게 존중받고, 시어머니.시할머니 사랑을 듬뿍 얻는다고 했다. 시댁을 비롯해 사방이 적이어서 살기 힘들었던 맹순이에 비해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그래서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제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세영은 다르다고 예의 또랑또랑한 발음으로 설명했다.

"드라마 맡고나서 내가 착한 여자일까, 나쁜 여자일까 질문을 해봤어요. 6년이나 믿고 산 남편이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인간이 좋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라면 복수도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때문인지 그는 많이 느긋해졌다. "남편(이재룡)은 못 이룬 사랑 때문에 울고, 저는 남편의 배신감 때문에 울죠. 또 라이벌로 나오는 서경은 사랑하는 남자와 못 살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가족을 이뤄야 해서 울고요. 모든 등장인물이 다 측은하고 이해가 되는 거 있죠."

그는 실제로 4, 6세 남매를 둔 엄마여서인지 극중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다고도 했다. "예전에는 그런 게 다 연기였는데, 이제는 저절로 우러나온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제 연기가 폭넓어졌다 뭐 그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CF로 시작해 드라마.영화에서 승승장구했던 최진실. 정점을 찍었던 경험은 있었어도 자신의 연기가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 했다. 고현정.채시라 등 앞선 작품에서 성과를 이뤄낸 비슷한 연배의 여배우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뛰어가야 할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출발선에 섰을 때가 무섭지, 출발하고 나면 오히려 편해진다"고 했다. 재기 첫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고 난 뒤여서인지 "최진실이 나와도 안 되는 작품 많았다"고 여유롭게 말했다.

최진실은 남편 속옷도 아깝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다니던 맹순이를 통해 '생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최진실이 저렇게 망가질 수도 있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망가짐 덕분에 최진실의 진심이 통했던 것도 사실이다.

"'장밋빛 인생'에서 손현주씨한테 날리던 발차기 못지않은 장면을 하나 정도 보여드릴까 한다"며 농담을 하던 그는 "일일극은 마라톤 같다고들 하니 호흡 조절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세월은 속일 수 없어 조명감독에게 가장 많이 아부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의 통통 튀는 매력은 여전했다. 조막만한 얼굴과 사이클을 타며 다진 작고 다부진 몸매도 그대로였다.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고, 반짝이던 스타이기도 했던 왕년의 '귀여운 여인'은 이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픔을 겪은 여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출발선에 선 떨리는 마음이라지만, '최진실표' 연기가 안방극장의 한 귀퉁이를 또다시 차지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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