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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불끄는데 1년 걸린다/쿠웨이트 유정 9백50곳 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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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 지른곳 5백개 넘어/폭약 터뜨려 산소 차단/산유량 원상회복 2년 이상 걸릴듯
걸프전쟁으로 쿠웨이트의 석유산업시설은 대부분 파괴됐다.
아직 파괴정도를 정밀 조사하지 못해 이를 복구하는데 어느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지는 확실하지 않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OC)는 1일 예비조사에서 9백50개에 달하는 거의 모든 유정들이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지상전 발발이후 이라크군이 불지른 유정만도 5백여곳이 넘으며,유정화재를 진화하는데는 5일에서 5주일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화재 진화는 특수기술과 장비를 필요로하는 전문작업으로 현재 이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8개회사 뿐이다.
따라서 유정화재 5백여곳을 모두 진화하는데는 전세계 전문가들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1년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의 레드 아데어사,커드 웰 컨트롤사,B&C사 등 미국의 5개 유정화재 진화 전문회사들과 계약을 체결,본국귀환후 최우선과제로 화재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계약을 체결한 전문가들은 쿠웨이트 유정화재가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로 불리는 밸브장치들을 손상시키지 않은 상태라면 단순히 밸브를 잠금으로써 진화되지만 이 밸브장치가 파괴됐을 경우 화재진압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말한다.
쿠웨이트 유전은 모두가 원유가 자연압력에 의해 분출되는 형태다. 이 경우 화재를 진화하는 방법은 다이너마이트나 극히 다루기 힘든 니트로 글리세린등의 폭약을 불구덩이 바로 위에서 터뜨려 주변의 산소를 모두 소진시킴으로써 진화하는 방법이 주로 쓰이는데 이 방법은 위험이 큰 고도의 전문작업이다.
화재를 진화한 다음에는 고열로 인한 재인화를 막기 위해 재빨리 주변을 찬물로 냉각시켜야 하고 다음에는 분출되는 원유를 막는 밸브설치작업이 뒤따르게 된다.
이같은 화재진압작업 비용은 88년 영국 북해유전화재때 작업한 팀이 일당 1백만달러를 받았던 것을 토대로 계산할때 대략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쿠웨이트 유전화재가 진화되더라도 즉시 쿠웨이트의 원유생산 및 수출이 재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송유관·저장탱크·해상원유적재터미널·정유공장 등 석유산업관련시설이 대부분 파괴됐고 도로·항구시설·통신망 등 사회간접자본도 상당히 파손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지금 유정헤드·펌프·송유설비 등 각종 부품들을 이미 상당히 구입해놓고 가급적 빨리 석유 생산·수출을 재개하려 서두르고 있는데 첫 생산까지 최소한 몇달은 걸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첫 단계로 수출을 재개할 수 있는 물량은 전쟁전 산유량의 30% 내외인 50만배럴 정도. 전쟁전 생산수준인 1백60만배럴까지 산유량이 회복되기까진 2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는 복구작업 진행중 필요한 석유완제품을 하루 13만배럴 정도 수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쿠웨이트는 전쟁전 해외에 약 1천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투자해놓은 상태여서 복구비용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망명정부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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