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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2006문화계] 일년 열두 달 '대중의 사랑' 휘어잡은 뮤지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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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6년 전체 공연 장르 중 확고히 자기 영역을 구축한 것은 단연 뮤지컬이었다.
영화에 이어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매달 화제가 된 뮤지컬을 통해 2006년 뮤지컬계를 정리해 봤다.

1월 … 프로듀서스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동시 개봉. 이 공식은 이제 뮤지컬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스는 그 첫 신호탄. 2001년 토니상 12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이 곧바로 한국에서 공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뮤지컬의 동시 개막은 이후 알타보이즈(2005년).브루클린(2004년) 등으로 이어졌다. 흥행 결과는? 한국과 미국의 웃음 코드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키며 프로듀서스는 씁쓸히 퇴장했다.

2월 … 노트르 담 드 파리

지난해 선을 보인 노트르 담 드 파리는 올해도 대박 행진을 이어 갔다. 불어의 유려함, 여운의 무대 미학, 가슴을 파고 드는 노래 등 지금껏 보아왔던 영.미권의 화려한 뮤지컬과는 다른 질감을 선사했다. 노트르 담 드 파리의 성공 이후 벽을 뚫는 남자.십계.돈 주앙.로미오 앤 줄리엣 등 프랑스 뮤지컬의 수입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티켓 값 고가(VIP좌석 20만원) 논란은 노트르 담 드 파리가 남긴 또 다른 숙제였다.

3월 … 요덕스토리

북한 출신 연출가 정성산씨가 만들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주목을 끌었다. 처음 무대에 오른 3월, 공연장을 찾은 한나라당 당직자와 김영삼 전직 대통령 등이 "여권과 대통령이 꼭 봐야 한다"며 공세를 펴자 객석은 만원 사례를 이어갔다. 이후 미국 워싱턴 공연을 성사시키는 등 이슈화에는 성공했으나 요덕 스토리가 작품 자체로 얼마나 생명력을 가질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4월 … 알타보이즈

TV.영화 등 영상 매체 스타들의 뮤지컬 진입도 올해 뚜렷한 트렌드. 톱스타급인 GOD의 리드 싱어 김태우가 알타보이즈의 매튜역을 맡은 게 대표적 케이스. 이밖에 이휘재.춘자(와이키키 브라더스).김종서(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정준하(풀몬티).홍경민(동물원) 등이 출연했다. 역으로 박해미(하늘이시여), 오만석(포도밭 그 사나이.하이에나), 박건형(뚝방전설.생날선생) 등 뮤지컬 스타의 영상 매체 진출도 줄을 이었다.

5월 … 미스터 마우스

대형 수입 뮤지컬이 불패 신화를 이어간 반면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들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밑바닥에서' 등을 배출한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다만 연초 스타트를 끊고, 5월부터 앵콜 공연에 들어간 미스터 마우스만은 고정 팬들을 확보해가며 1년 내내 흥행을 이어갔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서범석.박정환의 안정감 있는 연기로 관객의 콧끝을 찡하게 만들었다는 평.

6월 … 김종욱 찾기

대기업과 영화사들의 뮤지컬 진출도 2006년의 화두였다. 2003년부터 투자자로 뮤지컬계 큰 손이었던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엔 직접 제작에 나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와 '김종욱 찾기'를 만들었고, 흥행에서도 흑자를 냈다. '폴인러브'를 만든 씨네라인-투, 악어컴퍼니를 인수한 싸이더스 등이 뒤를 이었고, SK텔레콤.한화.KTF 등도 뮤지컬 시장을 저울질하며 현재 물밑 작업 중이다.

7월 … 맘마미아

월드컵 열기에도 아랑곳 없이 맘마미아의 인기 행진은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속을 냈다. 이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레퍼토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평가. 30억원의 순이익을 내 수익면에서도 최고 우량주였다. 맘마미아의 성공은 주크박스 뮤지컬(기존 인기 가요에 스토리를 얹혀 만든 뮤지컬)의 인기로 이어져 '달고나' '동물원' '올 슉업' 등이 뒤를 따랐다.

8월 … 지킬 앤 하이드

'도마뱀'.'타짜' 등 영화 촬영으로 올해 조승우는 단 한편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만 출연했지만 그 열기는 광풍에 가까웠다. 1월 예술의전당부터 불기 시작한 조승우 열풍은 3월엔 대한해협 너머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강타한 뒤 8월 국립극장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티켓 판매 시작 2시간 만에 전회 매진(렌트)이란 기록도 세운 조승우의 아성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9월 …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캣츠와 더불어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의 국내 첫 상륙 역시 성공적이었다. 엔지니어를 맡은 김성기의 갑작스런 부상, 국내 제작사(CMI)의 첫 뮤지컬 제작에 따른 경험 미숙 등으로 성남아트센터 공연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9월 세종문화회관으로 넘어오면서 객석의 반응은 뜨거워졌다. 미스 사이공 성공에 힘입어 CMI측은 레미제라블의 라이선스 공연도 추진중이다.

10월 … 라이온 킹

올 한해 공연계 최대 이슈는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한국 진출이었다. 시키와 관련된 사건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여론도 요동쳤다. 한해 매출액 2700억원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 세배에 이르는 초대형 극단 시키가, 그것도 첫 뮤지컬 전용관 샤롯데에서 디즈니의 인기작 '라이온 킹'을 공연한다고 선언하자 국내 뮤지컬계는 발칵 뒤집혔다. 협회를 결성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으나 "시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차후 국내 작품에 출연시키지 않겠다"란 위협성 내용 때문에 오히려 내부 분열을 야기했다. 시키측은 최고가 9만원 등 저가 정책으로 공세를 폈지만 한국 연출자 김효경씨를 퇴출시키는 강수를 둬 뮤지컬 매니어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막상 공연이 올라간 뒤 반응은? 아직은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 다소 유동적인 상태다.

11월 … 이(爾)

영화 '왕의 남자'의 인기 덕분일까. 서울예술단은 '자기혁신'을 강조하며 연극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왕의 남자'의 원작 '이'를 뮤지컬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서울예술단 내부의 갈등과 오디션까지 봤던 오만석.엄기준의 중도 이탈, 공연 3주전까지 자리잡지 못한 작곡가 문제 등 악재가 겹치며 작품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반응이 많았다.

12월 … 클로저 댄 에버

수십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연말 뮤지컬 전쟁의 승리자는 의외로 작은 뮤지컬이었다. 어깨 힘 뺀 류정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가볍지 않다, 새로운 형식의 옴니버스 스토리 등 입소문을 타면서 클로저 댄 에버는 연장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툭하면 나오는 더블.트리플 캐스팅이 아닌 출연진 6명만으로 똘똘 뭉친 팀웍이 최대 강점.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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