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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방망이 다듬기 "비지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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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프로야구단들이 벌이고 있는 올 동계훈련의 특징은 지난해 강훈을 펼쳐 우승을 휩쓸어간 LG쇼크에다 새 감독들의 의욕까지 겹쳐 어느 해보다 훈련량이 많고 강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부산 구덕운동장에 캠프를 차린 태평양 돌핀스도 박영길(박영길) 감독이 2년만에 사령탑으로 복귀, 의욕 넘친 훈련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수준급의 투수진을 보유하고도 팀 타율(0.246)이 나빠 5위에 머무른 태평양은 올 동계훈련 목표를 팀 타율 향상에 두고 있다.
국가대표 타자출신의 박감독도 『전임 김성근(김성근·삼성) 감독이 투수진은 그런대로 잘 가꿔 놓았다』고 밝히고 『신인 중심으로 타격기량만 향상시키면 해 볼만하다』는 진단을 내려놓고 있다.
특히 스타가 드문 태평양은 팀의 조직력에 의존, 승부를 걸어야 할 입장이어서 팀 타율 향상은 올 시즌 승부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태평양은 올해 재일동포 정문언(정문언·29) 송재박(송재박·35·OB) 등 장거리포를 스카우트하여 타선에 무게를 실었다.
이밖에 정영진(정영진·농협) 염경엽(염경엽·고려대) 백성진(백성진·동국대), 이근엽(이근엽·동산고) 등 수준급 신인들로 내야진을 보강, 공·수의 밸런스를 꾀하고 있다.
박감독은 이들 신인선수들의 기량이 당장 실전에서도 통할 것으로 판단하고 노쇠한 내·외야진의 대폭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정영기(정영기·35) 이광길(이광길·31·삼성이적) 등 고참 내야수가 물러나고 염경엽·백성진 등 신인이 들어서 활기를 띠게 됐으며 외야도 김일권(김일권·LG이적) 홍문종(홍문종·은퇴) 김윤환(김윤환) 등을 대폭 교체, 발빠른 박준태(박준태) 여태구(여태구) 이희성(이희성) 등 2년생들로 구축했다.
이들 세대교체의 주역들은 발이 빠른데다 타격감각이 뛰어나 기존 타선의 주축인 김동기(김동기) 김경기(김경기) 이선웅(이선웅) 정문언과 조화를 이룰 경우 태평양의 공격력은 기대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타격에서는 올해 농협에서 온 정영진이 놀라운 강타력을 과시, 연일 구덕운동장 담장을 넘기고 있어 대포부족으로 고민하던 박감독을 즐겁게 하고 있다.
1m78cm·76kg의 체격인 정은 아마추어 농협팀 4번타자(내야수)로 활약하다 지난해 말 박감독의 부름을받고 입단, 올 시즌 태평양의 비밀병기로 지목돼 강훈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롯데와 함께 기존 4강팀을 괴롭힐 것으로 평가되는 태평양은 타자들에 비해 잘 짜여진 투수진이 자랑거리.
89년 신인왕 출신인 에이스 박정현(박정현), 좌완 강속구의 최창호(최창호), 미국 프로야구에서 50일간 변화구를 익혀온 정명원(정명원) 등 돌풍의 트리오가 건재하며 국가대표 출신 2년생 허정욱(허정욱), 노장 양상문(양상문·30) 조병천(조병천·31) 등 당장 선발로 가동할 투수가 즐비하다.
이밖에 지난해 6승7패9세이브를 기록한 박은진(박은진)과 가능성을 보인 정명진(정명진) 등이 마무리 요원으로 다듬어지고 있다.
8개 구단 가운데 해태를 제외한 어느 구단보다 탄탄한 투수진을 구축한 태평양은 올해 경성대 출신 전일수(전일수)를 보강, 위력이 배가됐다.
정통 우완투수인 전은 1m83cm·85kg의 거구에서 뿜는 강속구가 일품으로 올 시즌 태평양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태평양은 전의 가세로 막강 마운드를 구축해 놓고 기존 4강 가운데 한 팀을 집중공략, 자리바꿈을 단행한다는 전략이다.
박영길 감독은 『타격은 어느 팀이나 기복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하고 『타격이 하강곡선을 그릴 때 투수력으로 버틸 수 있어야만 연패의 늪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강조, 태평양의 투수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은 수비의 축을 경험이 없는 신인들로 구성, 이들이 흔들릴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위험이 큰데다 김동기·김경기·정문언으로 구축될 중심포대도 위력이 미지수여서 여전히 불안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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