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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 발놀림 고쳐야"|스텝 고정돼 공수"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한아마복싱연맹이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겨냥해 초청한 한국계 소련인 복싱코치 유리 최씨(43)가18일 오후2시 부인 및 두 자녀와 함께 내한했다.
최씨는 지난해6월 서울 컵 국제복싱대회에 소련선수단 27명을 이끌고 내한하는 등 잦은 방문으로 이미 한국복싱을 잘 알고 있는 인물.
13세 때부터 복싱을 시작한 최씨는 22세 때 소련챔피언십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지도자로 변신,79년부터 10여 년 간 러시아공화국 팀과 함께 소련에서 쌍벽을 이루는 복싱강팀 카자흐공화국의 코치로 일해왔다.
도착즉시 태릉선수촌에 입촌, 김승미(김승미)국가대표팀감독과 대표선수 강화훈련방법을 놓고 의견을 나누던 최씨를 만나봤다.
-이번이 몇 번째 한국방문입니까.
▲일곱 번째입니다. 아내 라이사(41)와 아들 베체슬라프(2O)는 지난해 서울컵 국제복싱대회에 다녀가서 두 번째 구요. 하지만 올해 열 살이 된 딸 나타샤는 첫 모국방문이라 무척 흥분해있습니다.
-국내복싱 계는 89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전원1회전 탈락, 90월드컵 동메달1개 등 국제무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한국복싱에 유리 최씨가 세계정상수준의소련복싱기술을 접목,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큰데요.
▲한국에 훌륭한 지도자가 많은데도 불구, 저를 불러주신 한국복싱 계 관계자들께 먼저 감사 드립니다.
처음으로 조국을 위해 땀흘릴 기회가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할 결심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소련 최대 스포츠신문인 소비에트 스포츠 지에「유리 최가 아버지나라에 간다」고 대서특필됐는가하면 카자흐공화국 나자로바이프 대통령도『좋은 성과 있기 바란다』고 격려까지 해주었습니다.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각오입니다.
-한국복싱의 장·단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한국복서들의 강인한 파이팅 정신, 즉 투혼만큼은 세계최강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기술도 상당수준에 이르렀구요. 하지만 펀치를 뻗을 때의 스텝이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발에 이어 오른발이 뒤따르는 한가지 폼으로 고정되어 매우 단조롭습니다. 또 공격한 뒤 수비동작으로의 전환이 늦어 공매를 맞는 경우도 많아요.
-지도에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역시 스텝입니다. 전진과 후퇴, 지그재그 등 경쾌하고 유연한 발놀림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주먹이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채점하의 현대복싱에서는 펀치수가 많은 것이 절대 유리하니까요. 또 주먹에 체중이 실리도록 몸의 움직임과 호흡을 같이하는 펀치구사도 연구과제입니다.
리드미컬복싱을 구사한다는 평을 듣고있는 소련과 세계 최강 쿠바, 그리고 북한도 무척 경쾌한 복싱을 하고있는 점은 시사하는바가 큽니다.
-한국은 최근 복싱지망생이 현저하게 줄고 있습니다. 소련은 어떻습니까.
▲한국과는 정반대로 복싱인구가 급격히 늘고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프로복싱이 도입돼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자극하고있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복싱 지망생들은 한결같이 올림픽 등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프로로 전향, 많은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일본·캐나다·영국 등지에서 20여명의 소련복서가 활동중이지요.
-소련복싱 내 한국계는.
▲78년 당시만 해도 알버트 신등 한국계 3세 선수3명이 소련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등 맹활약을 보였으나 현재는 라이트웰터급의 콘스탄틴 추가 유일한 국가대표이고 카자흐공화국 내 한국계복서는 3∼4명에 불과합니다. 지난해4월 킹스 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한 콘스탄틴 추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11월·호주 시드니)에 출전한 뒤 프로로 전향할 예정입니다.
소련 내 한국인들은 이제는 잘 살아 복싱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웃음).
월 3천 달러(약2백10만원)에 숙소를 제공받는 유리 최씨는 1년간 대표팀코치로 일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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