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 총선 ‘참패’에 이어 세계적인 정치 이벤트인 미국 대통령 선거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현상 유지(동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BOJ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9명 정책위원 ‘만장일치’로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BOJ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8년 만에 탈출한 이후 지난 7월엔 기준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했었다.
올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내세운 BOJ가 동결을 택한 배경엔 일본 안팎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다 11월 5일(현지시간)엔 미국 대선이 열린다.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일본 통상·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도통신은 “(BOJ가)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는 남겼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실질 금리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치솟는다는 뚜렷한 신호가 없다. 이날 BOJ는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2.5%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지난 7월(2.1%)보다 0.2%포인트 낮은 1.9%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