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의혹 및 뇌물·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검찰이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2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심리로 31일 오후 열린 이 전 부지사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과 벌금 10억원, 3억3400여만원 추징 명령을 구형했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 추가로 징역 3년을 요청하는 등 모두 합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원심과 동일한 구형량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도 1심 때와 동일한 징역 2년6월(뇌물공여 징역 1년, 나머지 혐의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고위 공무원이 스폰서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한 후진적 정경유착 범죄이며, 대한민국과 국제 사회 안보에 위협을 주는 중대 범죄”라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또 “증거 기록과 소송 기록이 특정 언론에 유출돼 재판에 영향을 주려하는 전례 없는 사법 방해가 있었다”며 “이화영은 변명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공생 관계였던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를 범행에 끌어들이고선 이제 와서 김성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파렴치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화영 “내가 징역살이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봐달라”
이 전 부지사 측은 “사건 관계자인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등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이 보석이나 자신들의 형량을 낮추고자 허위로 진술했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한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기 위해선 이화영을 회유해야 하니 김성태가 이화영을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변호인도 “검찰이 객관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이화영에 대한 권력을 남용한 현실을 마주해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언젠가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다고 해도 이화영의 삶과 시간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구형과 변호사들의 최후변론을 들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수감돼 있으면서 ‘내가 공직자로 처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고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성찰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에 대해선 억울한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내 휴대전화에서 찾았다는 김성태와 김성혜 (당시 북한 아태협 실장), 박철(당시 아태협 부위원장)이 같이 찍은 사진은 사진만 옮겨놓은 안 쓰는 휴대전화에서 찾은 것”이라며 “방 부회장이 위챗으로 보냈다고 했는데 내가 언제까지 위챗을 썼는지도 모르고, 상시 쓰는 휴대전화엔 위챗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방북 요청 결재 세류에 대해서도 “무수히 많은 서류를 결재했는데 ‘경기도 고찰단과 이재명 도지사가 함께 방북할 수 있게 요청드린다’는 것에 사인한 게 방북 요청 근거가 됐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며 “사건을 꼼꼼하게 살펴봐 주시고 이렇게 징역살이하고 있는 억울함도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9일 항소심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 킨텍스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중 쌍방울그룹 계열사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고 지인 문모씨를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주게 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어 쌍방울그룹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에 800만 달러를 밀반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지난해 3~4월 추가기소됐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약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약 300만 달러)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거액의 달러를 신고와 허가도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