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도 스마트 건설기술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불도저·롤러 같은 무인 토공 장비들이 운전자 없이 공사현장을 누비는가 하면 안전이 취약한 구조물의 상태를 작업자 대신 로봇이 살펴본다.
지난 30일 경부고속도로 신탄진(서울방향) 휴게소 내 상서 하이패스 IC 건설현장에서 진행된 ‘스마트건설 실증기술 종합시연' 행사가 이러한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 전용 진·출입구인 상서 IC는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했으며, 다음 달 개통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이곳의 공사에는 설계 단계부터 스마트 건설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이날 우선 선보인 기술은 측량 자동화다. 드론과 UGV(Unmanned Ground Vehicle, 무인 지상 차량)가 공사 현장의 지형을 스캔해 이동형 관제센터에 보내면 이를 활용해 3차원의 디지털 지도를 제작한다. UGV는 주로 지상에서 정찰 수단이나 법 집행기관에서 실내를 정찰할 때 위험이 큰 상황에서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도공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측량해 2차원 도면을 작성했던 기존 방식보다 짧은 시간에 정밀도가 높은 디지털지도를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3차원 디지털 지도를 바탕으로 최적의 작업경로 계획이 세워지면 이번엔 도저, 그레이더, 롤러 등 3종의 무인 토공 장비가 시공에 나선다.
불도저로 대표되는 도저는 배토판(blade, 흙을 파내고 밀어내는 판)을 장착해 상하·좌우·전후로 움직여 땅을 파거나 고르는 장비다. 그레이더도 땅을 고르는 중장비이며, 롤러는 공사 막바지에 지반이나 지층을 다지는 기계다.
이들 토공 장비에 프로그램된 경로에 따라서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작업이 가능토록 하는 무인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모두 국산으로 제작됐다는 게 도공의 설명이다.
경우에 따라서 이동형 관제센터에서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또 작업 중에 장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짐도를 측정해 품질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 개는 스마트 안전관리에 등장한다. 안전성을 따져보는 측정장비를 등에 지고, IC 건설을 위해 임시로 설치한 비계를 꼼꼼히 스캐닝하며 안전도를 점검하는 것이다.
비계는 각종 공사 때 높은 곳에서도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임시 설치하는 가설구조물을 통칭하는 것으로 추락이나 낙하를 예방하는 안전시설물 등도 모두 포함한다.
비계 설치 뒤 아직 안전성이 명확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작업자가 점검에 나섰다가 자칫 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첨단 안전관리인 셈이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모두 2000억원가량이 투입된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은 지난 2020년 시작됐으며 내년 말까지 계속된다. 도공은 올해 말 공사에 착수하게 될 ‘대산당진고속도로’ 건설에 이들 기술과 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박종건 도공 부사장은 “앞으로 고속도로 현장에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현장 적용성과 혁신성이 검증된 스마트 기술들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정책개선과 사업화 지원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