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30일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보 당국은 이미 실행된 북한군 파병 규모를 최소 1만1000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중에 3000명 이상은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올해 연말까지 총 1만900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이미 1만1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땅을 밟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우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0일 우크라이나 전선 가까이 이동한 3000명의 북한군이 어디로 투입됐는지에 대해선 “몇 군데로 나눠서 현지 적응 훈련하는 것으로 본다”며 “전방인 쿠르스크 지역으로 갈 수도 있고, 일부는 도네츠크 남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최근 북한을 다시 다녀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 파병을 확인한) 정보당국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규탄이 시작되자 러시아 쇼이구 서기가 10월 23일~24일까지 평양을 방문했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현재 러시아에 방문해 있는 등 (북·러가) 긴급히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쇼이구 서기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국면에서 ‘키 맨’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에 “쇼이구 서기가 9월 13일 방북한 뒤 파병 논의 절차가 개시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런 쇼이구 서기가 재차 방북한 시기는 국정원이 지난 18일 북한군 파병 사실을 전격 공개한 뒤였다. 파병 사실이 예상보다 빨리 공개되자 북·러가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반대급부에 대한 협상을 위해 쇼이구가 한 달여 만에 평양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상도 지난 2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은 러시아의 군복, 러시아의 무기 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 군 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의사소통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감지되고 있어서 실제 전투에 언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이)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 전술을 습득하면 우리에 대한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어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전황분석팀이라 부르던 모니터링팀이라 부르든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팀을 미리 만들어 보낼 준비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분석팀이)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와 이탈에 관한 문제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특사를 파견키로 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특사 파견 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단계적 조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가 될 것”이라며 “침착한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대응을 할 것이고, 앞으로 설사 무기 지원이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우선) 방어무기 지원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감힘”이라며 “장교 휴대전화를 사용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에게는 훈련을 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이나 전방 부대 군인이 강제 차출에 대해 우려하면서 여러 가지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