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용후가 소리내다

샌프란시스코·우한 누비는 무인택시…한국 자율주행 왜 묶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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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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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선 자율주행택시가 연말께 1000대로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미국 테슬라는 최근 사이버캡을 선보였다. 그래픽=김지윤 기자

중국 우한에선 자율주행택시가 연말께 1000대로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미국 테슬라는 최근 사이버캡을 선보였다. 그래픽=김지윤 기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중국 우한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는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 택시(4단계)가 상용화되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5단계 직전이다. 우한에서는 500대 이상의 자율주행택시가 시내를 달리고 있으며, 연말까지 1000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150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했고, 94%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자율주행 기술의 성공적 도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한 자율주행택시만 1000대 #카카오모빌리티는 손발 묶여 #국내시장, 외국기업 장악 우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중국 우한시는 자율주행 기술의 거대한 실험실로 변모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그러나 혁신의 밝은 현실 뒤에는 그림자 같은 어두움이 존재한다. 우한시의 자율주행택시 도입으로 인해 기사들의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사회적 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수입 감소는 물론 앞으로 택시기사들의 일자리가 보장받지 못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가온 미래에 직격탄을 맞는 현실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나 직업 재교육 같은 보완 조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완전자율주행택시 웨이모는 이미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을 달리며 꿈꾸던 미래가 현실 안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완전자율주행택시 ‘사이버캡‘과 무인버스 ‘로보밴’을 선보임으로써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 자명하지만, 한국의 기술 개발과 정책적 지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이는 정치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택시플랫폼 기업 과도하게 악마화

 한국에서는 완전자율주행차 도입보다는 택시플랫폼 규제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그 과정에서 택시플랫폼 기업은 이미 ‘빌런(악당)’으로 낙인 찍혔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치적 논란 속에서 각종 규제로 발이 꽁꽁 묶였다. 공정위로부터 3년 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두들겨 맞았고 온갖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치가 산업을 심하게 옥죄는 현실은 이동플랫폼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다가오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동 플랫폼과 함께 연결되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바꾸는 혁신은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 마블의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국내 택시플랫폼 기업을 과도하게 악마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칭찬해 줄건 해주고 잘못된 점은 지적하는 것이 온당하다. 택시플랫폼은 ‘골라 태우기’나 ‘승차 거부’란 단어를 지워버렸다. 운행되는 택시의 70% 이상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단 한 푼도 안 낸다는 것도 전 세계에서 수수료가 가장 싸다는 점도, 택시 기사들의 수입을 늘려줬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지난 8월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Uber)’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한국을 찾아 국내 택시 호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소문을 잠재우고 오히려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약 우버가 한국 택시시장을 독식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택시로 시작하겠지만 화물·택배 등 모든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순식간에 확대될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외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혁신과 공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미 드러냈다. 우리 정치는 이러한 규제가 과연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근본 질문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정치권·정부, 미래 교통혁명에 대비해야

 한국은 이미 택시기사들의 고령화와 기준금이라고 이름만 바꾼 사납금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택시 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64.7세라는 점 또한 택시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기술의 도입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기존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은 필연적인 변화이다. 결국 일상이 된 택시플랫폼의 역할을 인정하고, 교통혁명이라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일이다. 아울러 우리가 마주한 미래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깁슨은 그의 저서 『뉴로맨서』에서 말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 택시플랫폼과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이자 현실이다.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교통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구조와 노동 시장, 나아가 정치의 지형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기술을 어떻게 우리의 이익으로 전환할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뒤처지기 마련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과 택시플랫폼이 중심이 된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의 규제와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을 넘어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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