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코카콜라와 펩시 구분 가능한 ‘전자혀’
AI 셰프, 흑백요리사 우승할 수 있을까
질 좋은 재료를 확보한다. 맛과 영양 조합을 고려해 조리 방법을 택한다. ‘이븐’하게 익힌 후 미감을 살려 접시에 담아낸다. 전 과정의 창의성과 신속성은 셰프의 필수 덕목. 미식의 세계는 이토록 섬세하고 까다로운 영역이다. 식재료들은 또 어떤가. 동물성부터 식물성까지 소재도 다양할뿐더러 소재 간 상호작용도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 식음료(F&B) 업계에서 신제품 하나 선보이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이유다. 제 아무리 ‘만능’이라는 인공지능(AI)도 그간 미식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발전 속도가 더뎠다. 그런데 최근 임계점을 넘어선 변화가 뚜렷해졌다. 오랜 기간 쌓은 데이터와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종자 선별부터 품질 관리, 레시피 개발 등 F&B 비즈니스 곳곳에 AI 셰프가 침투하고 있다. AI 셰프는 인간의 ‘손맛’을 능가할 수 있을까. 절대미각 ‘전자 혀’는 사람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 AI가 파고든 미식의 세계🍽️
2. 그 셰프🧑🍳가 맛을 아는 방법
3. 🤖AI 셰프, 뭘 더 잘하는데?
4. 트리플스타 꿈꾸는 AI, 노력 요함🗒
식품개발 AI 부서 만들고: 식혜의 은은한 달콤함을 살린 ‘식혜맛 떡볶이’, 쌀떡에 고구마의 부드러운 단맛을 더한 ‘고구마 떡볶이’…. 소비자 선호와 트렌드를 반영해 AI가 개발한 레시피다. 국내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올해 AI 연구개발(R&D)팀을 만들었다. AI 기술로 시중에 나와 있는 6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매일 분석한 끝에 지난 7월 ‘황금레시피 떡볶이’ 밀키트 5종을 출시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올해 ‘AI NPD(new product development)’ 시스템을 만들어 매달 서울 강남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AI의 아이디어로 만든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약 1500가지의 맛과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3월 과일과 티를 키워드로 한 ‘오렌지 얼그레이’ 맛을 처음 선보였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3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배스킨라빈스가 AI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만든 오렌지 얼그레이 맛. 사진 배스킨라빈스
AI 셰프가 만든 초콜릿 셰이크: 유명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지난해 5월 비건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셰이크를 새로 만들었다. 칠레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낫코(Notco)가 개발한 AI 셰프 주세페(Giuseppe)와 협업을 통해서다. 낫코는 AI가 조합한 식물성 재료로 비건 우유를 만들었고, 쉐이크쉑은 이 우유를 사용해 아이스크림과 셰이크를 만든 것. 쉐이크쉑은 미국 260개 지점에 이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AI 셰프 주세페는 지난 4월 식물성 재료로 바다거북 수프 요리 ‘낫터틀 수프(NotTurtle Soup)’도 만들었다. 멸종위기인 전 세계 바다거북의 개체 수를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캠페인성 제품.
맥주 맛도 평가한다: 지난 3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맥주 맛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화합물을 첨가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AI 모델 연구를 소개했다. 벨기에 플랑드르 생명공학연구소, 루벤대 등의 연구진이 250개 맥주의 성분 및 맛·향 등 감각적 특징, 소비자 리뷰 데이터 등을 모아 훈련시킨 결과물. 연구진은 이 모델을 통해 소비자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화합물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케빈 베르스트레펜 루벤대 교수는 “맥주에 풍미 화합물을 첨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셰프들은 레스토랑 미션을 하기 전 ‘프렙(prep·요리 준비 과정)’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재료를 손질해 1인분씩 소분한 레시피를 정량화하고, 조리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지루한 시간이지만 한 그릇, 한 그릇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작업. 그런데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그램(g)수 등을 엄격히 지켜 계량화하는 건 AI 셰프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수십만·수백만 개 식재료를 조합해 객관적으로 ‘어떤 맛’이 날지 예측 가능하다는 점도 AI 셰프의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