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청소년 미래 좌우할 성교육, 성재생산건강권리 이해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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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구자남 아인병원장

전문의 칼럼 구자남 아인병원장

최근 ‘딥페이크’(불법합성 영상물) 디지털 성범죄가 학교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어 청소년 성교육 현장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건전한 성 인식과 올바른 성 문화 조성을 위해 성인지감수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수십 년간 산부인과에 몸담은 의료진으로서 성교육 강화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는 바다. 성교육은 성재생산건강권리에 대한 인지를 높여 청소년의 성 건강과 미래, 더 나아가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필자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어려움 중에는 성교육을 통해 대비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할 경우 죄책감, 우울감 등 정신적 후유증이나 자궁, 골반 등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습관성 유산, 불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훗날 가족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의 난임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4.1배 높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 예방의 첫걸음은 피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피임에 대한 인지와 실천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과 19~39세 여성 중 현대적 피임법만을 사용한 비율은 20%대에 그쳤다.

현대적 피임법이란 자연적 피임법인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 이외 콘돔, 피임약, 장기 가역적 피임법(LARC) 등을 말한다. 청소년 중 22.9%는 ‘피임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65.7%는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 피임을 항상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성재생산건강은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은 물론, 가정을 꾸리고 사회, 경제적 활동을 이어나가는 기반이 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위기 상황임을 고려하면 가족과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딥페이크 등 타인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교육
은 물론, 피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부재가 계획되지 않은 임신 또는 성 건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성 재생산건강권리 교육까지 포괄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이 건강한 일상과 미래를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실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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