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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 전파로 레이다망 뒤흔들어/대공습 성공 이끈 미 입체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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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적 통신주파수 탐지 전파교란
페만전쟁에서 이라크의 통신체제를 「멍텅구리」로 만든 미국의 통신교란작전은 대공습에 앞서 이미 전략적으로 취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등 다국적군은 앞으로도 항공기와 홍해·지중해·호르무즈해협 등에 배치된 특수선박 및 중동 육지지역의 고출력 전파발생장치를 통해 육·해·공에서 「전방위 통신교란작전」을 집요하게 펼칠 전망이다.
체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첫 통신교란작전은 사막국가인 이라크가 통신회선의 구성이 힘든 지상통신망 대신 운영하고 있는 인공위성 통신망의 전파(주파수)를 뒤흔들어 놓는 것에서 시작됐다.
즉 미국은 유엔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주파수의 대역(폭)·용도 등이 이미 등록돼 전면 노출될 이라크의 정지궤도상 통신위성에 대한 전파교란(Jamming)으로 전파와 레이저를 농락한 뒤 대공습을 감행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같은 작전으로 이라크 스커드미사일의 오발등 무력화와 군작전상 무선통신의 마비,전화 불통 등을 꾀했다는 것.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최종석박사(위성통신기술본부)는 『3만6천㎞ 상공에 떠있는 통신위성의 사용주파수등 정보들이 설령 공표돼 있다 하더라도 첨단정보보호장치(Entriptor·일종의 암호기)를 사용한다면 적대국이 상대방 위성의 전파교란을 위해 암호해독을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의 경우 이같은 장치를 갖추지 않아 무방비상태로 통신교란을 당한 것 같다』고 최박사는 분석했다.
물론 적의 사용주파수를 모를 때는 상당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예상되는 주파수대역에 속하는 모든 주파수에 대해 동일 주파수의 전파를 쏘아 잼(JAM)을 걸 수 있으나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전파교란방지용 비도가 낮고 보호장치마저 없다시피한 이라크를 식은죽 먹듯 쉽게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
미국의 제2단계 통신교란작전은 17일 대규모 출격에 나섰던 통신교란용 항공기인 A­6E­6B 프롤러기와 EF111A기를 통해서였다. 이 공군기들은 고출력 전파발생장치들을 갖춰 이라크측과 동일한 주파수의 전파를 대량발사,이라크의 레이다망을 교란시켰다. 항공기를 통한 또다른 통신교란방식은 알루미늄파편(체프)등과 같은 특수쇳조각을 뿌려 레이다전파의 분산을 초래,레이다망을 멍청하게 만드는 미끼교란(Docoy)도 있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아직까지 보도된 바 없다.
첨단 정보보호장치를 갖추지못한 이라크는 대공습에 대비,미국의 전파방해를 줄이기 위해 ▲주파수대역을 넓게 쓰는 대역확산통신(Spec trum Spread)방식 ▲주파수를 계속 바꿔 적군의 혼란을 유도하는 주파수급변방식(Frequency Hopping)으로 맞섰으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의 첨단과학기술에 뒷덜미를 잡힌 꼴이 됐다.
이외에 적의 전파교란을 막는 신기술로 전자방어기술(ECM)을 꼽을 수 있으나 이를 또다시 무력화하는 기술(ECCM)이 이미 미국에서 개발돼 있는만큼 설령 이라크가 ECM까지 확보했다 하더라도 미국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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