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감정 대립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한때는 둘도 없는 검찰 선후배 사이였지만, 여권에선 “두 사람의 인간적 관계는 이미 되돌리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어긋났지만 윤 대통령의 말처럼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은” 관계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입맛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결국 아니 만난 것보다 못한 회동이 돼버린 지난 21일의 ‘81분 면담’ 때 탁자 위에 제로 콜라가 놓인 건 한 대표를 배려한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한 대표의 제로 콜라 사랑은 정치권에서 이미 널리 퍼진 사실이다. 의외였던 건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때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만찬 장소인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 도착해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당시 왜 고기 메뉴를 준비했는지 얘기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검사이던 시절, 윤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인 아크로비스타에 한 대표가 방문할 때 김 여사가 식사 대접을 위해 고기를 준비하곤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김 여사가 좋은 고기를 대접하려고 A 식당에서 사온 고기를 구워주곤 했다더라”며 “그때 남은 고기는 집에 가서 구워 먹으라고 모두 싸서 한 대표에게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식당은 강북 지역의 유명 노포로 지금도 성업 중이다. 이 관계자는 “만찬 때 고기 메뉴가 나온 건 그때를 기억하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한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를 대접하시라’고 해서인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옷을 사면 한 대표 주려고 넥타이라도 꼭 챙기곤 했다던데,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됐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