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가 이달 28일 전 세계에 출시된다. 삼성전자 주도의 AI 폰 시장에 삼성의 최대 맞수인 애플이 본격 가세하며 모바일 AI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일부 기능을 포함한 새 운영체제 iOS18.1를 오는 28일 전 세계에 공식 출시한다. 애플은 지난달 AI 기능이 빠진 채 첫 AI폰인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아이폰15 프로(2023년 출시) 이상 사양의 아이폰 사용자라면 iOS를 18.1로 업데이트후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다.
iOS18.1에선 아이폰 최초로 통화 녹음 기능을 지원한다. 다른 앱을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통화가 끝나면 녹음한 내용이 자동으로 텍스트 문서 형태로 메모장에 저장된다. 통화 녹음과 e메일을 AI가 요약하는 기능도 담긴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도 조금 더 똑똑해진다. 사용자가 말하다 실수하면 문맥을 파악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된다.
그러나 애플 인텔리전스는 AI 맛보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 주목 받았던 챗GPT와의 완전한 통합, 이모지 생성, 시리의 메모 기능 등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모두 빠졌다. 올 연말 업데이트될 iOS18.2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아이팟 클릭 휠이나 아이폰 터치스크린처럼 혁신적”이라면서 “애플이 (AI 폰에서) 최초는 아니지만, 고객에게 가장 유익한 방식으로 구현했다”라고 강조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 교체 수요를 자극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이폰16 판매량은 전작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AI 기능은 최신 모델에서만 구동이 가능해 애플 인텔리전스가 인기를 끌면 아이폰으로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눈에 띄는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대만 TF 인터내셔널의 증권 분석가 궈밍치는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아이폰16 주문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 아이폰15보다 약 1000만대 줄였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이런 축소분이 아이폰16 프로의 고급 모델보다 기본 모델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올 초 세계 최초의 AI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AI 적용 기기와 지원 언어를 늘려가며 입지 굳히기 중이다. 현재 16개 언어에서 이달 말부터는 네덜란드어, 루마니아어, 스웨덴어, 튀르키예어등 4개를 추가해 지원 언어를 총 20개로 늘린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지원된다.
애플이 AI 기능을 아이폰15 프로 이상 사양에만 지원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2022년 이후 출시된 30여 종의 갤럭시 단말기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AI 기능을 지원한다. 지난달 국내 기준 AI 적용 갤럭시 단말기는 2000만대를 넘어섰고 연말까지 전 세계 2억대 단말기에 갤럭시 AI를 적용하겠다는 포부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2024에서 “갤럭시S24 시리즈를 통해 모바일 AI 시대를 열며 미래를 향한 큰 도약을 이뤘다”고 자평하면서 “이후 삼성의 사명은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을 위해 AI를 대중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도 AI 경쟁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자체 AI가 적용된 최신 운영체제(OS) ‘하모니 OS 넥스트’를 출시했다. 또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도 AI를 장착한 신형 폰을 곧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