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러스트벨트로, 트럼프는 선벨트로…美대선 경합주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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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내달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15일 남긴 앞둔 21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락을 가를 경합주를 훑으며 총력전을 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경합주 3곳에서 릴레이 유세전을 펴는 강행군을 했다. 특히 이날 일정에는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동행해 힘을 보탰다. 이전까지 ‘블루월’(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가 2016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상당해진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수성하기 위해 네오콘(신보수)의 상징인 딕 체니 전 부통령 딸 체니 전 하원의원과 ‘동반 출격’한 것이다. 러스트벨트 내 공화당 온건 보수 및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세를 최대한 규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해리스, 리즈 체니와 반트럼프 세 규합 시도

해리스 부통령과 체니 전 부통령을 잇는 고리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외교 정책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험성'이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의 결과는 잔혹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전 비서실장, 두 명의 전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부통령까지 그가 적합하지 않고 위험하다고 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와 멀어지며 그를 비난한 일을 ‘소환’ 했다.

체니 전 의원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추종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 의사당을 난입했지만 트럼프가 말리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그건 타락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리즈 체니(오른쪽) 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리즈 체니(오른쪽) 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내 대선 상대는 전 세계 독재자를 존중하는 게 일이었다”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연애편지를 주고받았고 미국인이 매일 수백명씩 죽어갈 때 러시아 대통령에게 몰래 코로나 진단키트를 보낸 일을 기억하라”고 했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기반한 고립주의 외교 전략에 대해 “공화당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하다. 미국은 동맹이 없으면 자유ㆍ안보에 도전과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니 전 의원의 부친 딕 체니 전 부통령은 2001~2009년 조지 W 부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과 외교에 관한 한 실질적 권력을 쥐었으며 ‘네오콘의 최종 보스’로 불린 인물이다. 공화당이 사실상 ‘트럼프당’으로 변모하면서 거리가 멀어진 이들 부녀는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체니 전 의원을 ‘바위처럼 멍청하다’ ‘전쟁광’이라고 부르면서 “체니는 아버지처럼 인류에 알려진 모든 무슬림 국가와 전쟁을 벌이고 싶어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허리케인 피해지역 찾아 정부 비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스와 체니가 러스트벨트를 훑는 동안 트럼프는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유세전을 폈다. 허리케인 타격이 집중된 노스캐롤라이나 서부 스완나노아를 찾은 트럼프는 “연방재난관리청(FEMA) 그들은 수백만 달러의 돈을 다른 일을 하는 데 썼다. 그들은 불법 이민자 수용에 돈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FEMA가 이민자 주택 지원 등에 예산을 쓰느라 허리케인 피해 복구 지원 자금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남부 그린빌에서 가진 유세에서도 “여러분은 연방정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FEMA)이 예산을 불법 이주민에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4년 더 재임하면 노스캐롤라이나는 경제적 폐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콩코드에서 가진 기독교계 종교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종교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性)소수자(LGBT, 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 문제를 고리로 해리스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공립학교에서 성전환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장려하고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이 뛰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해리스는 급진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주장했다.

7대 경합주서 해리스ㆍ트럼프 각각 47%

경합주 유권자 표심은 여전히 초접전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샤르스쿨과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7개 경합주 유권자 5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응답과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각각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주별로 나눠 살펴보면,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49%-47%)ㆍ미시간(49%-47%)ㆍ위스콘신(50%-47%)ㆍ조지아(51%-47%) 4곳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트럼프는 애리조나(49%-46%)ㆍ노스캐롤라이나(50%-47%)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우세를 보였다. 네바다는 둘이 나란히 48%로 동률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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