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1인당 소득이 크게 차이가 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이 지난 2001년 함께 발표한 ‘비교 발전의 식민지 기원’이라는 논문 첫머리에 나오는 질문이다. 세 사람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도 바로 이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지리나 기후 결정론에 반대하며 더 좋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쌓여 2012년 책으로 나온 것이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이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이다. 3장의 도입부에선 이런 질문을 던진다.
“경제성장에는 포용적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기술 혁신을 장려하며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개인이 재능과 능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 제도가 필요하다. 그토록 많은 경제 제도가 이런 간단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가.”
이들이 제시한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는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extractive) 제도와는 반대 개념이다. 이들은 다수 국민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하며, 성장을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포용적 경제·정치 제도를 반대하는 이면에는 창조적 파괴에 대한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책과 여러 인터뷰에서 한국을 북한과 비교하며 포용적 제도를 도입한 모범 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정말 창조적 파괴를 촉진하는 포용적 제도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