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지난 5월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걸어가고 있다’는 건 비유적 표현이지만, 실제 걷기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한강, 『디 에센셜: 한강』, p.346
소설 쓸 때 ‘읽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게 그의 루틴이랍니다. 작품을 출간하고 나면 “소설을 쓰던 때보다 오히려 책을 덜 읽는다. 걷기도, 스트레칭도, 근력 운동도 덜 한다”고 합니다.
왜 ‘걷기’와 ‘읽기’일까요? 걷기는 ‘세상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고, 읽기는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읽는 책이 ‘작은 텍스트’라면, 걷는 세상은 ‘큰 텍스트’입니다. 걷기도, 읽기도 할 땐 힘들지만 하고 나면 ‘충전’이 됩니다. 걷기는 다리와 가슴을 튼튼히 해주고, 읽기는 머리와 마음을 채워 주죠. 한강 작가처럼 규칙적으로 한다면, 우리네 고단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돼줍니다.
호모 비아토르: 길 위의 독서
#3 해파랑길 750㎞에 도전했다, 기러기 아빠 1년 ‘두박자 기적’
#2 홀로 걷던 숲길서 마주쳤다…‘자연에 가깝게’ 누드비치
첫 회는 걷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왜 걸을까요? 오늘 우리에게 ‘걷기’는 어떤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