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절은 코끼리(공화당의 상징)”, “폭주하는 괴물”
자유주의 성향의 한 언론 사이트에 실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 글이 실린 니오싱커(NioThinker)란 사이트는 “통찰력 있는, 진보적인 뉴스의 동반자”를 자처한다.
얼핏 열혈 민주당계 사이트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란 정보당국이 운영하는 위장 언론사다. 이 곳 뿐 아니다. 사바나 타임즈(Savannah Times), 웨스트랜드 선(Westland Sun)과 같은 사이트도 니오싱커와 같은 이란의 여론 공작용 홈페이지 중 하나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정보공작이 거세지고 있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4일 보도했다. 이란이 벌이는 정보전의 일차적인 목표는 이란과는 앙숙이나 다름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이들의 악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로 서방과 갈등을 벌이던 중 2015년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는 대가로 각종 제재를 해제하는 ‘핵 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미국이 합의를 전격적으로 파기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돌렸다. 이후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칠 생각이 없다”며 여론 공작을 부인하고 있지만, NYT 등은 이란 정부가 고액 연봉과 사무실을 제안하며 대학 출신의 우수인재를 모집해 정보공작 요원을 양성한다고 전했다.
중동인권문제를 다루는 아미르 라시디는 “이란의 정보전은, 이란이 대리 세력을 이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며 “서서히,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강력하게 침투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맞서는 대신 무장 단체를 측면지원하는 것처럼 위장 사이트를 통해 미국에 간접 공격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란은 또 단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대학생들이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등 다른 공작도 벌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란을 향한 트럼프의 발언에는 날이 서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기간 중에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란에 대도시들과 국가 자체를 산산조각 낼 것이라고 경고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란이 내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모든 미군이 대기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해야한다”는 주장도 한다.
다만, 이란 정부가 트럼프만 비방하는 건 아니다. 이란이 앞세운 유령 언론사는 때로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다양성 정치’를 조롱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공격할 때도 있다.
익명의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란 정부는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가 관심이 없고, 미국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분열을 심화시키는 게 최종 목표”라고 NYT에 전했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란이 “미국 내의 갈등을 부추기고,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해치려 한다”며 “대외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