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원 불렀지만 안 오른다…‘고려아연 전쟁’ 관전 포인트

  • 카드 발행 일시2024.10.08

The Company

The Company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한쪽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끝까지 간다’는 기세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얘기다.

당초 최씨와 장씨의 집안 싸움이 7조원짜리 ‘쩐의 전쟁’으로 커진 건 MBK파트너스가 참전하면서부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는 장씨 일가의 영풍과 손잡고 지난달 12일 당시 55만원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1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굴리는 PEF의 도발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달초 3조1000억원을 싸들고 와 응수하자, MBK도 공개매수가를 올리면서 총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MBK라지만, 고려아연에 얼마까지 더 쓸 생각인 걸까. 물불 안 가리고 경영권을 지키겠단 최 회장은 어디까지 더 달릴 수 있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치킨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각 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치킨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각 사

더컴퍼니가 이 분쟁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 봤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정리했다. 양측 모두 “83만원에 사겠다”는데 고려아연 주가는 왜 지지부진한지, 반면 ‘꽃놀이패’라는 영풍정밀 주가는 왜 오르는지, 고려아연 주식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은 지금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지 등등. 그래서 이번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지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했다.

목차

1. 최윤범의 반격, 기회와 리스크
2. MBK·영풍의 ‘경우의 수’
3. 고려아연 주가는 왜?
4. 전쟁이 끝난 후, 고려아연은

1. 최윤범의 반격, 기회와 리스크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묘수?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MBK·영풍의 공격 후 20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이날 최 회장은 우군(베인캐피탈)과 함께 3.1조짜리 반격 카드를 발표했다. 고려아연이 총 발행 주식의 15.5%를 당시 MBK·영풍이 제시한 주당 75만원보다 10.7% 높은 83만원에 사들이고,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2.5%를 추가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재계에선 최 회장이 묘수를 꺼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회장 개인의 자금 여력으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회사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매입하도록 해, 적어도 MBK·영풍의 공개매수를 더 어렵게 혹은 상대가 더 큰 비용을 들이게 만들 방법을 찾은 것이라서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유통 주식 대부분은 기관투자자가 가지고 있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기관이 낮은 가격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배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하겠다고 선언해 주주환원의 의미를 더했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자사주 일부를 우호 지분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으나, 고려아연 측은 약속대로 모두 소각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부터 한국투자증권과 진행하던 자사주 매입도 시세조종 우려를 고려해 중단하기로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