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년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힘겨루기로 격해지고 있다. 사실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와의 전쟁을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간주했다.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이라크의 이슬람저항군,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의 배후에 이란이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18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직면한 세 가지 위협을 “이란, 이란, 이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의 네타냐후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전히 이란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단지 당시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 구출보다는 이란의 영향력 약화에 중점을 두고 군사작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고, 헤즈볼라 지도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인 ‘저항의 축’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과거와 달리 이란과 직접 충돌하면서까지 확전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현 상황은 이스라엘의 국가 이익,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욕심 그리고 미국 대선이라는 국제 환경이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동 역내에서 이스라엘 안보의 가장 큰 적은 이란이다. 특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의 존립을 좌우할 만큼 위협이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이스라엘의 최종적인 목표가 결국 이란의 핵 시설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썬 핵 시설 타격이 비례 보복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도 피해에 상응하는 대응이다. 하지만 시기만 무르익는다면 궁극적인 목표를 타격해 제거하겠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장기 계획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구성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이익이다. 그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강경한 정파들의 도움으로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개인 비리로 인해 사법처리 위기에 몰려있는 네타냐후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현 연립정부를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정권을 내놓지 않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미국 대선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확대시킨 간접 요인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포기한 이미 레임덕에 빠진 이빨 빠진 호랑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는 이스라엘의 강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 없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호재인 셈이다.
이란의 입장에선 당황스런 상황이다. 지난 7월 출범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정부는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유연한 외교를 표방해왔다. 이를 위해 싸움을 유도하는 이스라엘의 공세에도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경제 제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환경을 조성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임계점에 직면한 느낌이다.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까지 속수무책으로 이스라엘에게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경우 지난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 군인 121명과 민간인 44명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이스라엘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이란 정부는 “이란과 이스라엘 국경은 헤즈볼라의 근거지가 있는 레바논 남부”라면서 당시 헤즈볼라의 선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마스 수장인 하니예를 비롯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인 아바스 닐포루샨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줄줄이 암살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 탄도미사일 등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모사드 사령부, 네바팀과 하제림의 공군기지, 아슈켈론의 가스전을 공격했지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키플레이어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군사 시설은 물론 석유와 핵 시설까지 폭격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미국 일각에서도 미국이 할 수 없는 이란 핵시설 공격을 이스라엘에 맡기자는 목소리도 있다.
내키지 않지만, 링 위로 한발 올려놓은 이란은 현재 마지노선에 놓여 있다. “확전을 원치 않지만,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 더 강력히 보복하겠다”는 것이 이란의 경고다. 예상 밖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란 내부에선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주변 아랍국과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시설까지 공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을 제어해야 하는 이유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