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구글 자회사 웨이모에 아이오닉5를 로보택시용 전기차로 공급한다.
현대자동차는 4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적용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8년 자율주행 서비스 웨이모 원을 시작한 이후,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텍사스주 오스틴 등에서 운영 중이다.
양사는 내년 말부터 웨이모 드라이버가 탑재된 아이오닉5 차량의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실증 작업을 거쳐 실제 서비스에 투입할 방침이다. 웨이모 공급용 아이오닉 5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은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 SAE 기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었다”며 “사업의 첫 시작에서 만난 웨이모는 업계 리더로서 최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웨이모의 테케드라 마와카나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속가능성과 전기차 로드맵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현대차는 더 많은 지역의 더 많은 이용자에게 완전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웨이모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신사업 '파운드리' 시동
웨이모와의 협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파운드리(위탁생산) 신사업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지난 8월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차량 플랫폼을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들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량 제조사가 아닌 웨이모는 그동안 자율주행 차량 조달 문제를 숙제로 안고 있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누구나 앱만 설치하면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하면서 유료 이용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차량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현대차와의 이번 협약으로 웨이모는 안정적인 제조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테슬라 등과 차세대 로보택시 서비스 경쟁에서 유리해졌다.
현대차도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 초반에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웨이모에 차량을 공급한 레퍼런스(이력)는 향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도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중 갈등에 현대차 급부상
이번 현대차와 웨이모와의 협력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현대차가 반사 이익을 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웨이모는 그동안 재규어와 크라이슬러 등에 로보택시 차량 제작을 맡겨 왔다. 최근엔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할 차량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 지커를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변수를 만나자 현대차를 대안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웨이모 입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관세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차를 안정적인 차량 공급을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봤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로보택시 경쟁 치열해지나
웨이모의 약진으로 향후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테슬라는 오는 10일 ‘로보택시 데이’를 열고 향후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차량 사양과 사업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도 그간 중단했던 무인차량 운행을 재개하며 사업 정상화에 나서는 중이다.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 사고를 낸 뒤 운행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과는 별개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바이두는 2021년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이후 탑승 횟수 600만회와 누적 주행 거리 1억㎞를 기록하며, 자율주행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