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 우리 힘 보여주자"…개딸, 판사에 무더기 탄원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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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11월 15일)를 앞둔 재판부에 개딸들이 이 대표 무죄 선고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무더기로 보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가 징역 2년을 구형받자 ‘재명이네 마을’ 등 팬클럽 주도로 ‘전 국민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면서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이 대표 재판을 심리하는 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62건의 탄원서가 제출됐다. 주말을 제외하면 5일 만에 쌓인 탄원서다.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2022년 9월 8일 이래 결심 전까지 제출된 탄원서는 4건에 불과했는데, 개딸이 최근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실제 대표적인 이 대표 지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결심 직후 23일부터 “이 대표님 무죄 탄원서 씁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검찰이 증거 조작으로 기소하고 터무니없는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재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에 전 국민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제안한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힘을 직접 보여주자”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탄원서 작성법, 재판부 주소는 물론 탄원서 예시문도 공유했다.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억지 기소와 사건 조작 등을 통해 죄 없는 사람을 음해하고 있는 검찰의 조작 범죄행위를 바로잡아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인 재판부에서 올바른 재판 결과로 바로 잡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다.

개딸들은 댓글과 게시물을 통해 “자필 탄원서 편지지는 어떤 종이에 써서 보내나요” “아무래도 판사가 보는 거라 점잖은 게 낫지 않을까요”라거나 “탄원서 효과가 있을까요” “판사도 사람인지라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서는 여론이 판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면서 독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층이 만든 탄원서 보내기 운동 포스터.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층이 만든 탄원서 보내기 운동 포스터.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들은 아울러 탄원서 제출뿐 아니라 이 대표 담당 재판부의 부장판사 성향도 평가하는 글도 올렸다. 선거법 1심 재판부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를 두고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 안심”이라거나, 위증교사 사건 재판부 김동현 부장판사에 “전북 출신”이라고 하는 식이다.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해선 “판레기”라며 비난하며 판사 탄핵을 청원하는 중이다.

이 같은 탄원서 보내기 운동과 개별 판사 압박이 재판부 판단에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이 ‘검사가 정적 제거를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탄원서를 보내면 판사가 정당한 탄원으로 인식하겠느냐”며 “오히려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반감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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