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일 한국의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잡다한 놀음", "허무한 광대극"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하 벙커를 겨냥한 '괴물 미사일' 현무-Ⅴ가 처음 공개된 데 대해선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를 자랑이라고 꺼내들었다"고 비난했다.
北 "현무-Ⅴ는 쓸모없는 흉물"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 행렬인가'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여정은 현무-Ⅴ에 대해 "전술핵무기급이나 다름없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분식된 흉물"이라며 "아마 한국것들은 재래식탄두의 화약질량만 불구면 핵탄두로 변이된다는 기상천외한 사유방식을 가지고있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현무-Ⅴ'를 실은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대해선 "기형 달구지"라고 부르며 "크기가 그 기형달구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우리 방사포 1대의 투발능력은 재래식탄두의 폭약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억제와 대응을 위한 전략사령부가 창설된 데 대해서는 "전략무기를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한 무리가 '전략사령부'라는것을 조작해냈다는것은 비루먹은 개가 투구를 썼다는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전략사령부에 대해 "적에게는 공포와 전율을, 국민에게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핵심 전략부대'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김여정은 "굶주렸던 개가 뼈다귀를 물고 기뻐서 컹컹거리는 꼴"이라고 조롱했다.
"종말 앞둔 허세부리기" 조롱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행사에 등장한 것을 두고서 김여정은 "한국의 군 통수권자와 수하 졸개들, 괴뢰 육해공군이 정중히 도열하여 경의를 표하는 몰골이야말로 세계 열병사에 두 번 다시 없을, 혼자 보기 아까운, 오직 식민지 한국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김여정은 "이번에 윤석열이 전쟁열에 잔뜩 들떠 돋구어댄 대결악청은 종말을 앞둔 자의 최후 비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허세부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불안초조한 심리의 여과없는 노출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군의날 행사 이틀 만에 김여정이 심야 담화를 내고 "창피한줄이나 알아야 한다", "식민지고용군의 장례행렬이다" 등 감정 섞인 조롱을 쏟아낸 건 오히려 북한의 초조한 심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제난과 수해 복구로 여력이 없는 북한은 지난 8월 한·미 연합연습 등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주로 '말'로 맞받거나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을 명분으로 삼은 오물풍선을 내려보내는 등 회색 지대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이 민심 이반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가운데 내부 결집을 위해 북한군의 우월성을 강조한 거란 분석도 있다. 앞서 김정은은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서에서도 "현재든, 미래든 남한 군대는 나의 적이 될 수 없다"(2020년 9월,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측이 국군의날 행사에서 선보인 주요 전략무기를 굳이 자신들의 무기와 비교하며 우월성을 과시한 것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