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실명을 내걸고 ‘경찰청장의 탄핵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 글을 올렸다. 경찰 내부에서도 청원 취지에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경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7년 차 현직 경찰인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청원 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을 겨냥해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자가 오히려 경찰관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국회에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 글은 이미 청원 대상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인 100명 동의를 충족해 ‘청원 요건 검토’ 단계에 들어섰다. 검토를 거쳐 청원 글로 등록돼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탄핵 청원의 직접적인 계기는 김 경감이 청원에서도 언급한 ‘지역 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현장 경찰들로 하여금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사유를 세세히 기록하고, 무전을 통해 수시로 위치·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난달 26일부터 시행했다. 경남 하동 파출소 순찰차에서 여성이 숨진 채 36시간 만에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김 경감은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흉기로 공격받는 등 공무집행 중 상해를 입거나 업무상 이유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는 경찰관, 과로사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현직 경찰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경감은 “지금 현장 경찰은 사는 게 지옥인데 개선안이라는 지시가 경찰관들을 죽이겠다는 지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니 이 일로 받게 될 징계 따위가 걱정이 되겠나”라면서 이번 청원으로 인해 징계를 받아도 감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경감의 글은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청원 내용을 소개한 경찰 내부망 글에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등의 응원 댓글들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글을 공유하며 청원 동의를 요청한 글이 실시간 인기 글에 올랐다. 블라인드에 청원 동의글을 올린 이는 “현직 경찰관들이 수장을 잘못 만나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책임감을 갖고 치안현장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관들을 외면하지 마시고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