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부터 5박 6일간 필리핀과 싱가포르, 라오스를 잇달아 방문하는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국빈 방문이고, 라오스에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아세안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고 전했다. 아세안 정상회의엔 1일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임 일본 총리도 참석할 가능성이 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간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자 회담을 협의하고 있다”며 “양 정상이 셔틀외교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가장 크고, 한·일 관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나갈지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6일 서울에서 출발해 1박 2일간 필리핀에 머문다. 윤 대통령은 도착 당일 필리핀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다음 날 필리핀 독립영웅 리잘 기념비 헌화 뒤 말라카냥 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 오찬을 가진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순방 브리핑에서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한 혈맹”이라며 “윤 대통령은 필리핀과 무역과 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 등 세일즈 외교를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8일 싱가포르 의회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며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이어간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면담한 뒤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첨단기술 및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9일엔 8·15통일 독트린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통일 한반도의 모습에 대해 강연을 할 예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0일 순방 마지막 방문지로 라오스를 찾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같은 날 오후에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및 라오스·베트남·태국과의 양자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김 차장은 “한·아세안 관계를 역대 최고 관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며 “한·아세안 협력의 전방위적 확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만났던 중국 리창(李强) 총리와도 재회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중 3국 정상은 자동적으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게 된다”며 “불과 몇달 전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됐기에 별도의 정상회의나, 리창 총리와의 양자 회담은 예정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1일엔 아세안+3에 더해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 등 동아시아 국가가 함께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뒤 귀국한다.
◇한·미, 북한 ‘가상자산 탈취 대응’ 협력 심화=한·미 양국이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에 대해 협력을 심화하기로 협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미국 백악관 초청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해 앤 뉴버거 사이버·신기술 담당 국가안보부 보좌관과 만나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