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의선 구간 철교를 완전히 철거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제14기 11차)에서 개헌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남북 간 관계 단절을 명문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이미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최근 위성 사진을 보면 북한이 경의선 철로의 북측 구간 중 (임진강의 지류) 사천강을 가로 지르는 철도용 교량을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따른 남북 단절 의지를 남측에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일부가 분석한 민간위성 에어버스의 지난달 23일 사진을 보면 개성공단 부근 판문역으로 향하는 경의선 통일 다리와 함께 놓인 철교의 상판이 거의 제거된 채 다리 기둥만 남아 있는 모습이다. 올해 2월 10일에는 철교가 온전한 모습으로 식별됐다.
북한은 비슷한 시기 경의선 육로에 가로 8줄로 지뢰를 매설하고 흙더미를 높이 쌓아 올리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동해선 도로에도 사각형 형태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승인을 거쳐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12월 13일 체결)를 파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을)'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는 만큼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위해 파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화 통일 지향의 원칙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는 그간 남북 관계의 근간이 되는 양 측 간 약속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합의서를 33년 만에 북측이 일방 파기한다면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이 "실체 없는 유령선"이라고 지목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조치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예상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와 부속합의서 10조는 남북 간 해상 불가침 구역을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의결할 새 사회주의 헌법에는 김정은이 지시한 통일과 동족 조항의 삭제, 영토 조항의 신설, 전쟁 시 남측 영토 편입 등이 우선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다만 북측이 주장하는 새로운 해상 국경선의 경우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북측 입장에서도 방어와 남북 충돌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다"며 "이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외에도 '적대적 두 국가' 논리에 맞게 북한 외무성의 인사나 조직 개편, 개성공업지구법 폐지와 같은 ‘단절 연출’이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6월 북·러 간 맺은 군사 협력 조약도 비준될 수 있다.
한편 북한이 지난 7월 말 평안북도·자강도 등에 발생한 수해와 관련해 인적·물적 피해를 상세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통일부는 "자강도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놨다.
일례로 통일부가 분석한 민간 위성 사진 자료에 따르면 자강도 성간군 광명리의 산간 마을은 수해로 주택 대부분이 매몰된 것으로 나온다. 홍수 이전에 가옥 최소 200채가 밀집해 있었던 곳이 수해 이후인 8월 4일에는 흙더미로 덮여 평지에 가깝게 바뀐 모습이다. 이어 지난달 8일에는 마을 윗부분 산지를 깎아내고 이 자리에 이재민 숙소로 추정되는 푸른 지붕의 가건물 다수를 세웠다. 같은 달 25일에는 다층 건물 여러 채가 포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강도의 민심 악화를 의식해 살림집을 단기간 내 건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은 수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강도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곳에서 민심이 악화할 만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