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8회말의 마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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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의 로하스가 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트리는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뉴시스]

KT의 로하스가 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트리는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뉴시스]

KT 위즈가 1-3으로 뒤진 8회 말 공격.

마운드에는 SSG 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이 버티고 있었다. 상대에게 추격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한 전격적인 불펜 투입. 타석에는 KT의 ‘거포’ 멜 로하스 주니어가 들어섰다. 가을 밤하늘을 가르는 로하스의 홈런 한 방으로 KT는 극적으로 2024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열린 ‘5위 결정전’에서 KT가 활짝 웃었다. KT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타이브레이커에서 홈런 2개를 터뜨린 로하스의 맹활약(3타수 2안타 4타점)을 앞세워 SSG에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KT는 극적인 승리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는 티켓을 따내면서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처음 열린 5위 결정전이었다. KT와 SSG는 올 시즌을 나란히 72승 2무 70패(승률 0.507)로 마치면서 공동 5위에 올랐다. KBO는 2022년부터 포스트시즌의 마지노선인 5위에서 똑같은 승·무·패를 기록한 복수의 구단이 나올 경우 타이브레이커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이런 경우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 시즌 KT와 SSG가 동률을 이루면서 최초의 5위 결정전을 벌였다.

‘가을야구’ 전초전 성격을 띤 양 팀의 대결을 앞두고 수원 KT위즈파크에는 1만87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지면 바로 탈락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경기. 양 팀의 승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전개됐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홈 팀 KT였다. 로하스가 1회 말 SSG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로부터 큼지막한 우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전날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올라온 SS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회 1사 2루에서 정준재가 KT 선발투수 엄상백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1-1 동점을 만들었고, 5회 2사 1, 2루에서 최정이 바뀐 투수 소형준에게서 중전 적시타를 빼앗아 2-1로 달아났다. 기세가 오른 SSG는 최정이 8회 KT 구원 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3-1까지 달아났다.

고전하던 KT는 8회 선두타자 심우준의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위기감을 느낀 SSG 벤치는 노경은을 내리고 에이스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자 KT는 김민혁 타석에서 왼손 거포 오재일을 대타로 기용했다. KT는 오재일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고, 후속 타자 로하스가 김광현의 시속 136㎞짜리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면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2020년 MVP를 수상하면서 KT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뒤 일본프로야구(NPB)로 떠났다가 올해 복귀한 로하스는 “김광현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생각보다 공이 높게 와서 정타로 연결할 수 있었다. 내 활약으로 KT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올라갈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강철 감독은 “어렵게 포스트시즌까지 올라온 만큼 도전자의 입장에서 패기 있게 가을야구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KT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두산이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두산은 1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다. 반대로 KT는 1, 2차전을 모두 이겨야 LG 트윈스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다.

한편 이날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202개)을 갈아치웠다. 5회 중전안타를 터뜨린 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왼쪽 담장을 때리는 안타를 추가해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이 달성한 201안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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