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2019)의 최면술은 깨졌다. 5년 만의 속편 ‘조커: 폴리 아 되’(이하 ‘조커2’, 1일 개봉)는 폭력 미화 논란이 있었던 1편의 장황한 변명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을 생방송 중 총기로 살해하고 폭동의 도화선이 된 무명 코미디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조커’란 망령에 사로잡힌 또 다른 희생양이란 점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문을 연다. 결말은 1940년 ‘배트맨’ 1편부터 등장한 DC코믹스 슈퍼 악당이자, 광기의 대명사인 조커 사상 가장 조커답지 않은 허무감으로 가득하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1편은 악당의 탄생기를 계급 격차와 아동 학대 피해자이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 혐오와 차별에 내몰린 비극적 살인자로 그렸다.
‘조커2’는 1편이 다각도로 열어둔 조커에 대한 재해석 여지를, 납작하게 평면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애정 결핍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코미디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말이다. 5명을 살해하고 폭동을 일으킨 죄로 2년째 수감 중인 아서는 최종 재판을 앞두고 정신병동 환자 리 퀸젤(레이디 가가)과 사랑에 빠진다. 팝스타 겸 배우 레이디 가가가 출연작 ‘스타 이즈 본’(2018)의 불같은 멜로 연기, ‘하우스 오브 구찌’(2022)의 악처를 섞은 듯한 할리퀸을 창조해냈다.
1편이 관객을 사로잡은 게 파격이었다면, 2편이 놓친 것도 파격이다. 1편의 그림자가 짙어도 너무 짙다. 평생 홀어머니에게 지배당했던 아서의 운명은 할리퀸과 변호사 등 강한 여성들에 의해 핀볼처럼 요동친다. ‘폴리 아 되’(Folie a Deux·공유 정신병적 장애)라는 영화 부제처럼, 1편에서 조커가 당긴 폭력의 방아쇠가 자신을 덮칠 거란 전개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광기 어린 풍자극 ‘택시 드라이버’(1976)와 ‘코미디의 왕’(1982)을 오마주한 1편에 이어, 2편은 ‘밴드 웨곤’(1953) 등 고전 뮤지컬 영화 음악들을 빌려왔다. 보름달 밤 연회복 차림 조커와 할리퀸의 댄스신은 ‘악당판 라라랜드’라 할만하다.
그러나 1편의 3배에 달하는 2억 달러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뇌리에 남는 한방은 없다. 명곡을 15곡이나 재해석한 뮤지컬 향연은 빈약한 서사를 가리기 위한 궁색한 장식처럼 느껴진다.
지난달 ‘조커2’를 최초 공개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선 “주인공의 야망을 깎아내리는, 슬프고, 침울하고, 이상한 영화”(더랩) 등 박한 평가가 나왔다.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63%대에 머물렀다.
1편(23㎏ 감량)보다 더 야윈 몰골로 나타난 피닉스의 호연은 여전하다. 긴장하고 슬플 때 더 큰 웃음을 터뜨리는 아서의 ‘감정실금’ 연기의 비애는 조커일 때 광기가 더 커지는 것처럼 한층 깊어졌다.
‘조커2’의 가장 큰 볼거리를 꼽자면 피닉스가 “8주 간 하루 2시간씩 연습했다”는 춤과, 다소 어설픈 아서의 노랫소리다. 가가의 제안으로 극중 모든 뮤지컬 장면은 현장 녹음으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