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정권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신임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9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27일 총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에 대해 “금융 완화의 기본적인 기조가 유지되는 것을 기대하면서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전날 이시바 정권 출범에 따른 금융 긴축 우려로 닛케이지수가 급락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저축에서 투자로’를 강조했던 기시다 정권의 경제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자신의 첫 내각을 12명의 무파벌 의원 중심으로 꾸렸다. 특히 2012년 이후 자민당 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각을 세우며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이시바 내각의 탈 아베 성향이 두드러졌다. 옛 아베파 의원 중 새 내각에 합류한 인사는 없다. 오히려 2022년 7월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 문제에 대해 “아베는 재정, 금융,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고, 관료기구마저 망가뜨렸다”면서 ‘국적(國賊)’이라고 비판했던 무라카미 세이이치로를 총무상에 발탁했다.
총리 비서실장과 정부 대변인 역할을 겸하는 요직 관방장관 자리엔 기시다 내각의 하야시 요시마사를 유임시켰다. 외상과 방위상을 지낸 그는 기시다파로 분류되는데,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기시다 전 총리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외교와 국방 분야엔 측근을 임명했다. 외상엔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을 앉혔다. 그는 기시다 전 총리와 와세다대를 함께 졸업한 오랜 친구로도 알려져 있다. 방위상에 발탁된 나카타니 겐 역시 측근으로 꼽힌다. 총리 본인을 포함해 하야시 관방장관 등 역대 방위상 출신 총 4명이 ‘국방 덕후 이시바’ 내각에 포진된 점이 눈에 띈다.
이시바 총리에게 당장의 숙제는 코앞에 닥친 총선이다. 총재 선거 당시만 해도 조기 총선 실시에 소극적이었던 그는 이날 “10월 27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자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유권자의 판단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