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은 1일 군은 2년 연속 시가행진을 비롯한 대규모 행사를 열고 북한 수뇌부를 직접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체계를 선보였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현무-5 탄도미사일, 미 본토에서 날아온 B-1B 전략폭격기 등을 공개하며 북한의 도발은 정권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는 이스라엘이 지난달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살하는 데 쓴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넘어선다. 유사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지하로 숨어들어도 응징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5000여 명의 병력과 83종 340여 대의 장비가 참여했다. 사단 정찰용 무인기(UAV)·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 등 유·무인 전투체계, 지상유도무기 ‘현궁’·K9 자주포·다연장로켓 ‘천무’·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등의 전력이 등장했다.
이후 부대 분열의 하이라이트인 3축 체계가 등장했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에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시 선제적 타격이 가능한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현무 계열 미사일이 대미를 장식했다.
눈길을 끈 건 이날 모습을 드러낸 4종류의 현무 중 마지막 미사일이었다. 해당 미사일은 9축 차량에 실린 채 다른 현무 미사일과 약 100m 거리를 두고 활주로를 통과했다.
군 당국은 고위력 현무에 현무-4, 초고위력 현무에 현무-5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무-5는 발사관에서 가스로 발사된 뒤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발사 방식으로 발사관 내 가스 추진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각형이 아닌 원통형 발사관에 담긴 모습이었다.
비닉(秘匿) 사업으로 개발되는 현무를 공개한 것을 놓고 대북 경고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무-4·5 모두 김정은의 지하 벙커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무-5의 탄두 중량은 8t으로 현무-4의 2t보다 위력이 커 최강의 벙커버스터로 불린다. 현무-4의 경우 100m 이상의 지하를 뚫고 들어가 24m의 강화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무-5는 전술핵에 버금가는 재래식 탄도미사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29일 전투기로 떨어뜨린 벙커버스터 BLU-109는 20m 지하에 자리한 헤즈볼라 벙커를 초토화시켰다.
초고위력 괴물 미사일 ‘현무-5’
◦ 분류: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
◦ 발사 플랫폼 : TEL(이동식 발사차량)
◦ 용도: 지하에 위치한 적 표적 타격. 100m 이상 뚫고 들어가 지휘부 벙커 등 파괴 가능
◦ 탄두 중량: 8t
◦ 총 중량: 36t
◦ 공격 방식: 공중으로 솟아오르다가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 론치’ 방식
◦ 최고 속도: 마하 10 이상
◦ 사거리: 600~5,500㎞
이후 한국 공군 F-15K 2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공항 상공을 지나간 미 전략폭격기 B-1B 역시 북한 수뇌부를 향해 수위 높은 경고 의미를 담았다. B-1B는 핵무기 공격 능력은 없지만 다른 전략폭격기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최대 57t의 무장량을 갖췄다. 북한에 저공으로 침투한 뒤 벙커버스터 등을 조합해 대규모 폭격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한·미가 B-1B를 국군의 날 행사에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에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공포와 전율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