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실 참모가 지난 7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판 기사 작성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고 밝힌 뒤 “국민과 당원이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적었다.
논란의 녹음파일은 전날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13일 전인 7월 10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간 통화 내용의 일부다. 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은 4·10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총선용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 인지도 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보를 전달하며 “기업으로 따지면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자 무시 사건을 거론하며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지금 진짜로 죽으려고 하더라”며 “이번에 그거 잘 기획해서 (한 대표를) 치면 아주 여사가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하겠는데”라고 덧붙였다.
김 전 행정관과의 통화 이틀 뒤 이 기자는 ‘한동훈 당비 횡령 유용 의혹 제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 의혹은 전당대회 TV토론회 때 언급됐다. 서울의소리 이 기자는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공개한 인물이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발끈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SNS에 “새빨간 거짓말을 기사로 둔갑시킨 뒤 그걸 근거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공작 정치의 전형”이라며 “지난 경선 때 한동훈을 죽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건 알지만, 좌파 매체까지 동원됐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썼다.
이어 김 전 행정관이 전당대회 뒤인 8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에 임명된 걸 거론하며 “영화와 소설처럼 공작 정치 당사자에겐 보상이 주어졌다”며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라고 좌파 유튜버를 사주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주변의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대통령과 자신을 갈라치기 하며 당정 갈등을 조장한다고 의심한다”며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음이 그 방증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가 직접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 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불법 녹음한 기자가 오히려 한 대표를 공격할 수 있는 소스를 주겠다면서 접근한 것으로, 김 전 행정관은 해당 내용을 경선 과정에서 쓰기는커녕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나서 일어난 일”이라며 “대통령실과 무관하게 불법 행위를 한 기자와 유튜브 측의 악의로 시작된 일인 만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에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