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만 노동조합이 동남부 지역 항구에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동부 지역 항만 노동자들이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1977년 이후 47년 만의 일이다.
미 항만 노조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날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소속 노조원 2만5000여명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항만에서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멈춰섰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노조는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고,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6년간 50% 인상을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임금 인상 폭 외에도 일자리를 위협하는 항만 자동화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해럴드 대기트 ILA 위원장은 “정당한 임금 인상과 항만 자동화에 대한 일자리 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USMX는 파업에 따라 볼티모어·보스턴·휴스턴·앨라배마·뉴욕 등 14개 항구에서 운영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식량부터 자동차까지 공급망 흐름이 중단되면 운임이 오르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점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미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미 경제에 하루 최대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예상했다.
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관련 항만 사업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양측에 직접 전달하도록 담당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붕괴 태스크포스(TF)에 회의를 매일 열고, 파업으로 인한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 대통령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파업에 따른 정치적 영향에 백악관이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가장 친노조 성향이라고 자칭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파업을 제한하는 ‘태프트하틀리법’을 이번 파업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건은 노사 간 단체교섭”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파업 여파 등을 고려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